[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제드 스펜스(25·토트넘)가 영국 축구사에 새 역사를 썼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최초 발탁된 스펜스는 10일(이하 한국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스타디온 라이코 미티치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유럽예선 K조 6라운드에서 감격의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후반 23분 리스 제임스 대신 교체 투입됐다. 잉글랜드는 세르비아를 5대0 대파했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 노니 마두에케(아스널), 에즈리 콘사(애스턴빌라), 마크 게히(크리스털 펠리스), 마커스 래시포드(바르셀로나)가 릴레이 골을 터트렸다.
스펜스가 연출한 최초의 발걸음은 무슬림 선수 사상 첫 잉글랜드 A매치 데뷔다. 자메이카 부모 사이에 태어난 그는 무슬림이다. 영국의 'BBC'는 '스펜스는 남자 A대표팀에서 뛴 최초의 무슬림 선수가 되었는데, 이는 영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이정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스펜스는 인생 역전의 신화로 유명하다. 그는 2022년 7월 챔피언십(2부)의 미들즈브러에서 토트넘에 둥지를 옮겼다. 이적료는 옵션을 포함해 2000만파운드(약 375억)였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당시 토트넘 사령탑이었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외면했다. 그는 자신이 원한 영입이 아니었다며 스펜스를 전력 외로 분류했다. 첫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단 4경기 교체 투입됐다. 출전시간은 정규시간 기준 3분에 불과했다.
토트넘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스펜스는 2023년 1월 프랑스 리그1의 스타드 렌으로 임대됐다. 그 해 여름 토트넘에 복귀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다.
또 다시 챔피언십(2부 리그)의 리즈 유나이티드로 떠났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7경기 출전에 불과했고, 지난해 1월 임대가 조기 종료돼 토트넘으로 돌아왔다.
그는 곧바로 이탈리아 세리에A 제노아로 다시 임대됐다. 세리에A에서 비로소 반등에 성공했다. 16경기에 출전했다. 제노아는 스펜스의 완전영입을 바랐다.
하지만 이적료 협상이 한 달간 이어졌지만 결렬됐다. 토트넘은 850만파운드(약 160억원)를 하한선으로 정했지만 제노아는 더 낮은 이적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펜스는 토트넘에서 재출발했다. 프리시즌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백업 풀백'으로는 손색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백업'이 아니었다. 그는 페드로 포로, 데스티니 우도기의 틈새에서 좌우측 풀백을 모두 소화하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스펜스는 지난 시즌 EPL 25경기를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35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했다. 대우도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토트넘과 게약기간을 1년 연장한 그는 최근 장기계약에 사인했다. 계약기간은 2029년 6월까지다.
국가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 대신 스펜스를 전격 발탁했고, A매치 데뷔꿈을 이뤘다.
스펜스는 세르비아전 후 "무슬림으로 내가 첫 번째라는 걸 몰랐기 때문에 놀랐는데, 축복받은 일이다. 역사를 만드는 건 좋은 일이다.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자신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영감을 주는 것도 좋다. 제가 하는 일을 그들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어떤 종교를 믿든, 그저 신만 믿으라. 하나님은 나에게 가장 위대하신 분이고,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다. 여정이 쉽지 않아서 좀 감정적이었다. 이제 공식적으로 잉글랜드 선수가 되었고, 정말 기쁘다"고 강조했다.
스펜스는 최근 '함께 뛴 최고의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해리 케인과 함께 손흥민을 선택했다. 또 손흥민이 지난달 초 토트넘과 이별하자 SNS를 통해 '진정한 리더, 진정한 캡틴, 진정한 전설. 내가 세계 축구 무대에서 만난 가장 좋은 사람.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리더십에 감사한다. 너와 함께 그라운드를 공유하고 뛰었던 것은 진정한 영광이었다. 토트넘 레전드'라고 애정 어린 작별인사를 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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