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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위원장 된 JYP 박진영, 'K컬처 300조 시대' 여는 흑기사 될까 [SC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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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JYP 박진영이 'K컬처 300조 시대'를 향한 흑기사로 등판한다.

박진영은 9일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내정됐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 5대 문화강국 실현을 위한 대통령 직속 기구다. 박진영은 공동위원장으로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위원회를 이끌게 된다.

박진영은 '영원한 딴따라'이자 '리빙 레전드'로 대한민국 가요사를 이끌어온 가수이자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수장이다. 그런 그가 장관급 인사로 발탁됐다는 것은 정부가 K 컬처를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 육성해야 할 핵심 자산으로 봤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문화 예술 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했으며 취임 연설에서는 'K컬처와 K콘텐츠를 국가적 전략사업으로 키우겠다'고 언급했다. 또 8월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를 만든 메기 강 감독, JYP 소속 걸그룹인 트와이스와 만나 문화산업을 핵심사업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 예산은 7조 7962억원으로 2020년 이후 최대 증가했고, 콘텐츠 부분은 무려 26.5%(3369억원)나 확대됐다.

그렇다면 왜 '박진영'이었을까.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박진영은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 중 한 명으로 K팝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전 세계인들이 우리 대중문화를 더 많이 즐기고 우리 역시 외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문화가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은 대중문화의 교류 비전·전략 수립, 대중문화 교류·협력 사업 조정, 민관 협력 사업 발굴 추진, 대중문화 관련 투자·재원 배분 전략 수립 및 해외홍보 및 진출 등에 관한 심의·조정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즉 최 장관이 정책 전문가로서 행정적인 부분과 제도적인 문제를 총괄하고, 박진영이 실질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박진영의 어깨는 무겁다. 현재 K팝은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블랙핑크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트와이스 에스파 NCT 아이브 등 굵직한 가수들이 활약하며 더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주류 음악으로 인정받고 있긴 하다. 블랙핑크 로제가 미국 4대 대중 음악 시상식인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K팝 가수 최초로 주요 부문 수상에 성공하고, 수많은 한국 가수들이 전세계 3대 음악 차트인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 일본 오리콘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위기론' '한계론'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컴백으로 '대장주'의 공백이 채워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들을 넘어설 후발주자가 약하다. 2024년까지 스포티파이 글로벌 누적 스트리밍 횟수 상위 2500곡 가운데 K팝곡은 25곡이 랭크됐는데, 모두 방탄소년단(16곡)과 블랙핑크(9곡)의 곡이다.

K팝 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음반 판매 역시 크게 감소했다. 한국음반콘텐츠협회의 써클차트 기준, 2024년 K팝 실물 음반 판매량은 9890만장이다. 이는 2023년(1억 2020만장)보다 무려 17.7%나 줄어든 결과다.

여기에 K팝 문화 자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에 문제제기를 하며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초유의 사태로 한국 아이돌 기획 육성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피프티피프티 사태로 야기된 탬퍼링 이슈도 도마 위에 올랐다. 또 K팝 특유 문화인 팬덤 문화에 대해서도 과도한 경쟁과 불공정 거래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K팝 시스템의 윤리적 문제가 계속 눈에 밟히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진영이 '현장 전문가'로서 나랏일을 맡게 됐다.

박진영은 본인도 엄청난 가수이지만 아무런 해외 진출 기반이 다져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원더걸스를 이끌고 미국행을 결심, 직접 홍보 전단지를 돌리고 현지 에이전시와 미팅을 하며 원더걸스를 대한민국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이후로도 미쓰에이 2AM 2PM 갓세븐 스트레이키즈 트와이스 데이식스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을 육성, 배출해내며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다만 현장에서의 성공 노하우가 아무리 많아도 '위원장 박진영'의 역할이 멘토, 혹은 자문위원 정도에 그치고 아무런 예산이나 인력에서의 지원이 없다면, 결국 '대중문화교류위원회'라는 간판은 소득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미 수많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그런 전철을 밟았다는 우려의 시선도 공존한다.

박진영도 이러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정부 일을 맡는다는 게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로서는 여러 면에서 너무나 부담스럽고 걱정스러운 일이라 많은 고민을 했지만 지금 K팝이 너무나도 특별한 기회를 맞이했고, 이 기회를 꼭 잘 살려야만 한다는 생각에 결심을 하게 됐다"며 "그동안 현장에서 일하면서 제도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됐던 부분들을 잘 정리해서 실효적인 지원이 갈 수 있도록 하고, 또 후배 아티스트들이 더 좋은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그리고 K팝이 한 단계 더 도약해 우리 문화를 알리는 걸 넘어, 세계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고민 끝에 시작하는 일인 만큼 여러분들의 조언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