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월클 캡틴' 손흥민(LA FC)과 빅리그 진출이 무산된 아픔을 겪은 오현규(헹크)의 연속골을 앞세운 홍명보호가 세계적 강호 멕시코와 팽팽한 접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9월 A매치 2연전을 1승 1무 무패로 마무리하며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 개막을 9개월 앞두고 기세를 드높였다.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10일 오전 10시30분(이하 한국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멕시코와 친선경기에서 2대2로 비겼다. 전반 22분 라울 히메네스(풀럼)에게 선제골을 헌납하며 전반을 0-1로 끌려간 한국은 후반 20분 손흥민, 30분 오현규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2024년 2월 호주와의 아시안컵 8강(2대1 승) 이후 1년 7개월만의 역전승이 눈앞에 아른거리던 후반 추가시간 4분, 산티아고 히메네스(AC밀란)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줬다. 승리가 무승부로 바뀐 순간.
하지만 7일 미국과의 A매치 첫 경기에서 손흥민 이동경(김천)의 연속골로 2대0 승리한 대표팀은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 각 2골, 총 4골을 쏘는 막강화력을 선보였다. 같은 두 팀을 상대로 무득점으로 1무 1패에 그친 일본과 비교되는 결과다. 멕시코전 3연패 징크스도 끊었다. FIFA 랭킹 15위 미국, 랭킹 13위 멕시코를 원정에서 상대한 경험은 월드컵 본선 모드에 돌입한 홍명보호에 큰 자산이 될 전망.
한편, 손흥민은 이날 A매치 136번째 경기를 치르며, 차범근 홍명보와 한국 대표팀 통산 최다출전 동률을 이뤘다. A매치 2경기 연속골이자 53호골을 쏘며 최다득점자 차범근(58골)과의 격차를 5골로 좁혔다. 오현규는 6월 A매치 데이에 이라크(2대0 승), 쿠웨이트(4대0 승)를 상대로 연속골을 넣었고, 이날 A매치 5호골을 폭발했다.
홍명보 감독은 미국전과 비교해 9자리를 바꿨다.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한범(미트윌란)만이 두 경기 연속 선발 투입됐다. 오현규(헹크)가 3-4-2-1 포메이션에서 주장 손흥민(LA FC)을 대신해 공격 선봉을 맡고,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배준호(스토크시티)가 2선에서 지원사격한다. 박용우(알 아인)와 옌스 카스트로프(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가 중원 듀오로 나서고, 김문환 이명재(이상 대전)가 양 윙백을 맡고, 이한범 김민재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이 스리백으로 늘어섰다. 김승규(FC도쿄)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이강인 은사'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감독은 일본전을 복기하고 부상 및 카드징계 결장자를 반영해 일본전과 비교해 9자리에 변화를 꾀했다. 양팀 감독 모두 큰 폭의 로테이션을 돌리며 실험에 초점을 맞춘 모습. 4-3-3 포메이션에서 라울 히메네스(풀럼)가 원톱으로 나서고, 헤르만 베르테라메(몬테레이)와 이르빙 로사노(샌디에이고)가 양 날개를 맡았다. 마르셀 루이스(톨루카), 에릭 리라(크루즈 아줄), 에릭 산체스(아메리카)가 스리미들을 구축했다. 로드리고 우에스카스(코펜하겐), 후안조 푸라타(UNAL), 요한 바스케스(제노아), 마테오 차베스(AZ알크마르)가 포백으로 늘어섰다. 라울 랑헬(과달라하라)이 골문을 지켰다.
한국은 전반 초반 전열이 흔들리며 거푸 찬스를 헌납했다. 배준호가 한국 페널티 박스에서 허무한 패스 미스를 범했다. 공을 낚아챈 리라의 슛은 김승규가 막았다. 위기를 넘긴 한국이 카스트로프의 압박과 이강인의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앞세워 기세를 높이기 시작했다. 10분, 카스트로프가 공을 빼앗아 이강인에게 연결했다. 이강인이 우측면 공간으로 달려가는 김문환에게 타이밍좋게 패스를 찔러넣었다. 김문환은 문전을 바라본 뒤 컷백을 시도했고, 배준호가 노마크 상황에서 논스톱 오른발슛을 시도했지만, 골문 우측으로 살짝 빗나갔다.
15분, 카스트로프가 헤더로 내준 패스가 박스 안에 있는 오현규에게 연결됐다. 오현규는 재치있게 방향을 틀어 왼발슛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 손끝에 걸리며 무위에 그쳤다. 20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이강인이 하프라인 아래에서 공을 잡아 수비 뒷공간을 향해 감각적인 왼발 아웃프런트 패스를 찔렀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공을 잡은 오현규는 단숨에 박스 안까지 접근해 골문 우측 하단을 노리고 왼발슛을 쐈는데, 제대로 발등에 얹히지 않으며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기회 뒤에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22분, 이한범이 한국 수비 진영 우측에서 길게 걷어낸다는 것이 상대 선수에게 연결됐다. 우측에서 패스를 받은 우에스카스가 문전을 향해 '툭' 크로스를 띄웠고, 이를 히메네스가 골키퍼 김승규를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민재와 카스트로프가 경합했지만, 공중볼을 따내지 못하며 속수무책으로 실점했다.
36분, 오현규의 접는 동작에 속은 루이스가 깊은 태클로 경고를 받았다. 45분, 산체스의 오른발 발리는 위력없이 김승규 품에 안겼다. 전반은 한국이 1골 뒤진 채 마무리됐다.
홍 감독은 전반에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배준호를 빼고 손흥민을 교체투입했다.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카스트로프는 중원 구성에 변화를 주기 위해 김진규(전북)와 교체했다. 멕시코는 경고 한 장을 받은 루이스를 빼고 카를로스 로드리게스(크루즈 아줄)를 투입했다.
후반 4분, 손흥민이 박스 왼쪽에서 시도한 슛이 수비 벽에 막혔다. 8분 이강인이 상대 진영 우측에서 파울을 얻었다. 손흥민의 슛은 수비벽에 막혔다.
11분, 로사노가 박스 오른쪽에서 페이크 동작으로 한국 수비진을 따돌리고 골문 좌측을 노리고 오른발을 휘둘렀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13분, 차베스의 슛은 김승규 품에 안겼다.
멕시코는 후반 16분 라울, 로사노, 베르테라메를 빼고 산티아고 히메네스(AC밀란), 알렉시스 베가(톨루카), 디에고 라이네스(UNAL)를 줄줄이 투입하며 공격진에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멕시코의 교체투입은 결과적으로 한국에 이점으로 작용했다. 20분, 한국이 귀중한 동점골을 갈랐다. 우측에서 김문환이 길게 연결한 공이 골문 앞에서 상대 수비진 머리에 맞고 손흥민이 대기하고 있는 박스 좌측으로 향했다. 손흥민은 공이 뜬 상황에서 왼발을 휘둘렀고, 골키퍼 키를 넘기며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기세를 탄 한국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23분, 이강인의 프리킥이 골문 앞 오현규의 이마에 닿았지만, 허무하게 골대를 벗어났다.
전반과 후반 연이어 찬스를 놓친 오현규는 30분, 4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오현규는 박스 안 우측 대각선 지점에서 골문 좌측 하단을 가르는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역전골을 뽑았다.
다급해진 멕시코는 호르헤 산체스, 헤수스 가야르도를 투입하며 마지막 반전을 꾀했다. 오현규의 역전골이 터지기 전 이태석 정상빈을 투입하며 윙백에 변화를 준 홍 감독은 설영우 이동경을 투입하며 부족한 에너지를 채워넣었다. 한국은 남은시간 적극적인 수비로 멕시코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기 위해 노력했다. 후반 45분 산티아고의 왼발 중거리 슛을 김승규가 '슈퍼세이브'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4분 골문 구석에 꽂힌 산티아고의 왼발 감아차기 슛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추가시간 6분, 손흥민의 마지막 슛은 골대를 벗어났다. 경기는 2대2 무승부로 끝났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