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소희 기자] 밴드 데이식스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긴 무명기를 견디고 빛을 본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10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데이식스(성진, 영케이, 원필, 도운)가 출연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5년 9월 7일 'Congratulations(콩그레추레이션)'으로 데뷔한 데이식스는 JYP엔터테인먼트 최초의 밴드로 주목받았으며, 최근에는 '예뻤어'의 역주행과 단독 콘서트 전석 매진이라는 성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시작은 쉽지 않았다. 멤버들은 "입사 당시에는 밴드를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그저 노래와 춤이 좋아서 회사에 들어갔다"고 입을 열었다. 영케이는 "백플립 연습 중 '기타 칠 줄 아냐'는 질문을 받고, 그날부로 밴드 멤버가 됐다"고 회상했고, 성진은 "기본 안무를 3년이나 했지만, 선생님께서 '얘는 춤이 없다'고 하셨다"며 "기타는 데뷔 직전에 처음 잡았다"고 털어놨다.
밴드 결성 후 데뷔까지는 3년. 멤버들은 악기 연습과 작곡에 매진했다. 유재석이 "하루 14시간, 주 100시간 이상 연습했다던데"라고 묻자, 영케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시간이라도 많이 들였다"며 "그때 물집 안에 또 물집이 생기는 걸 처음 경험했다"고 고된 연습 과정을 떠올렸다.
하지만 데뷔 후에도 현실은 냉혹했다. 성진은 "'언젠가는 슈퍼볼 하프타임쇼 무대에 서자'는 큰 꿈이 있었는데, 데뷔하고 나서 현실을 마주했다"며 "첫 정산금이 3,600원이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성진은 "당시 컵라면이 600원 정도 했다. 그래서 '우리 아껴서 한 달에 6개 사먹으면 괜찮겠다' 했다. 나름 리더라고 있는데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서 애들 사 먹였다. 돈이 정말 없었다"고 떠올렸다.
결국 데이식스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움직였다. 성진은 "처음엔 데뷔가 목표였지만, 막상 데뷔해보니 아무것도 없더라"며 "길게 보고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직접 일을 따내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좋은 인식을 심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케이는 "JYP에서 데뷔하면 찬란하고 화려할 줄 알았는데, 기사도 1~2개 정도만 나왔다"며 "얼마나 알리고 싶었으면 JYP 쇼핑백을 들고 다녔다. 'JYP에 이런 밴드 있었어?'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데이식스는 1년에 12번 컴백, 25곡 이상의 자작곡 발표 등 쉼 없이 달리며 차츰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인지도를 얻기 시작할 무렵, 리더 성진이 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멤버들의 군 입대로 약 4년간 공백기를 맞게 됐다.
공백기의 불안은 멤버들 모두에게 깊이 남았다. 원필은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모인다는 믿음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도운은 "형들이 쉬는 동안 나는 할 게 없었다. 드럼을 쳐도 예전처럼 즐겁지 않았다. '내가 데이식스에서 드럼을 쳐서 행복했던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원필은 "너무 힘들었는데 계속 '언젠가는 우리 모인다. 데이식스는 계속해야만 한다. 이렇게 안 할 순 없다. 우리가 너무 아깝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회상했다.
영케이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지 않냐. 누가 찾아줘야 돌아오지 않냐"면서 "한 번은 올라가보고 싶었다. '내가 뭐라도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계속 얼굴을 비추고 '우리 여기 있어요' 했다. 계속해서 데이식스라는 그룹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런 노력 끝에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이 역주행에 성공하며, 전 세대가 사랑하는 곡으로 자리 잡았다. 도운은 "내가 만든 곡은 아니지만 항상 자신 있었다. 차트에 이름이 오른 걸 보고 '난 이럴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며 감격을 전했다.
영케이는 "지금 가장 행복하다. 지금이야말로 꿈을 살고 있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걸 하고, 펼쳐지고 나아가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원필은 지난 10년을 떠올리며 자신을 다독였다. 그는 "너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마. 잘 안 되더라도.."라고 말하던 중 결국 눈물을 쏟았다.
그는 "지난 10년의 기억들이 막 떠오른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겨우 마음을 추스린 원필은 "너 자신을 믿고 주변에서 흔들더라도 잘하고 잇으니까 꿋꿋하게 걸어가다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거다. 옆에 좋은 사람도 많으니까 포기하지 말아라. 가다 보면 될 거야. 그냥 올곧게 가라"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 했다.
마지막으로 멤버들은 "데이식스는 우리에게 집"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시 돌아갈 곳,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서로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진심 어린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