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형 오늘은 영양가 있는 홈런이었죠?' 이틀 연속 투런포를 터뜨린 4번 타자 노시환이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주인공 손아섭 옆에 딱 붙어 활짝 웃었다.
4번 타자 노시환은 전날 투런포를 치고도 손아섭에게 칭찬보다는 뼈 있는 농담을 들어야 했다.
워낙 친한 형과 동생 사이라 가능했던 장난에 더그아웃 분위기는 더 밝아졌지만 4번 타자 노시환은 손아섭에게 인정받고 싶었다는 듯이 전날에 이어서 또 사직구장 담장을 넘겼다. 이틀 연속 투런포를 터뜨린 노시환은 해맑은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선 뒤 손아섭을 찾았다.
한화 이글스가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타선이 폭발하며 13대0 완승을 거뒀다.
전날에 이어 한화의 승리 공식은 이어졌다. 리드오프 손아섭이 나가면 4번 타자 노시환이 불러들이는 장면이 연이어 나오며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를 한화 쪽으로 가져왔다.
이틀 연속 1회 첫 타석부터 안타를 치고 나간 리드오프 손아섭은 4번 타자 노시환의 적시타와 희생타에 득점을 올리며 동생에게 타점을 안겼다.
6대0 앞서고 있던 4회초 1사 1,2루 4번 타자 노시환이 롯데 선발 감보아의 슬라이더를 가볍게 타격해 내야를 뚫어내자, 2루 주자 손아섭은 속도를 붙여 홈까지 내달렸다. 동생의 타점을 위해 1회 이어 4회에도 최선을 다해 달린 손아섭은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9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6대0 앞서고 있던 6회초 1사 1루 롯데 김강현의 142km 직구를 받아쳐 사직구장 좌측 담장을 넘긴 4번 타자 노시환이 환호하며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손아섭은 영양가가 없다며 냉담하게 반응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안타를 누가 많이 치나 내기를 한 상태였다. 영양가가 없다고 놀리는 형을 향해 동생은 하남자라고 응수하며 더그아웃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손아섭과 노시환 두 사람의 환상적인 케미는 구단 공식 채널인 이글스티비에 그대로 잡혔다. 영양가가 없다고 놀리기는 했지만 손아섭은 마음 따뜻한 형이었다. 안타 치고 나가 동생 노시환의 안타가 나오면 타점을 챙겨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렸다.
전날보다 점수 차가 더 벌어진 상황에서 4번 타자 노시환이 또 투런포를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손아섭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홈런 타자를 반겼다.
맨날 티격태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손아섭과 노시환은 누구보다 서로를 챙기는 훈훈한 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