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흥민 김민재 오현규에 이어 옌스 카스트로프까지, 독일 축구의 한국 축구 비난이 도를 넘은 모습이다.
10일(한국시각) 독일 빌트는 '월드컵 딜레마에 빠진 카스트로프'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한마디로 월드컵 출전에 대한 꿈이 소속팀 묀헨글라트바흐에서의 입지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스트로프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호의 9월 최대 수확이었다. 한국축구 역사상 첫 외국 태생의 혼혈 선수인 카스트로프는 독일축구협회(DFB)에서 대한축구협회(KFA)로 소속을 옮기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홍명보 감독도 "현재 대표팀에 없는 스타일"이라며 큰 기대를 보였다.
카스트로프는 기대에 100% 부응했다. 미국전에서 교체투입돼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카스트로프는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비 진영에서의 간결한 연계와 수비, 공격 진영에서는 압박과 재빠른 움직임이 돋보였다. 중원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활동량과 공을 받기 위한 꾸준한 오프더볼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후반 37분 직접 드리블을 통해 중원에서 탈압박과 공격 전개까지 시도하는 장면은 팬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27분 가량을 소화한 카스트로프는 패스 성공률 88%, 클리어링 1회, 인터셉트 2회, 공 소유권 회복 2회, 경합 성공 2회 등 세부적인 스탯도 준수했다. 홍 감독은 "첫 경기였지만 나름대로 그동안 준비를 잘 한 모습이 경기장에서 나왔다. 앞으로도 팀에 좋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카스트로프는 이어 펼쳐진 멕시코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월드컵 주전감'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왕성한 활동량, 빠른 스피드, 투지넘치는 플레이는 기본이고, 볼을 지켜내는 능력도 뛰어났다. 멕시코는 전반 초반 주도권을 잡았지만, 카스트로프가 전반 9분 경기 양상을 돌려놓았다. 배준호의 슈팅이 선제골로 이어졌다면 전혀 다른 흐름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풋몹에 따르면, 카스트로프는 총 31회의 볼터치, 24회의 패스 기회 중 19번을 성공시켜 79%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파이널 서드로의 패스 연결 1회를 기록했다. 수비에선 5차례 리커버리로 이강인과 함께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5차례 경합 중 3번을 승리했다. 풋몹은 전반전 한국 선수단에 6.4점의 평점을 매긴 가운데, 카스트로프에겐 6.5점을 책정했다.
홍 감독은 선수 보호차원에서 카스트로프를 전반만 활용했다. 태극마크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그는 다음달 브라질(10일), 파라과이(14일)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국내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카스트로프는 "선발로 들어가게 돼 매우 영광스러웠다. 좀 더 뛸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기도 하다"며 "목표는 감독님의 선택을 받아서 대표팀에 다시 오는 것이다. 브라질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한국에서 또 뛰게 된다면 기분이 남다르고 또 상당히 기쁠 것 같다"고 또 다른 내일을 바랐다.
헌데 빌트는 이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빌트는 '하지만 월드컵의 꿈 대신 이제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주전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카스트로프는 A매치 기간 동안 헤라르도 세오아네 감독에게 자신을 어필 할 좋은 기회를 놓쳤다. 샬케와의 친선 경기는 물론, 일요일 베르더 브레멘과의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원정에 따른 시차 적응으로 인해 카스트로프는 금요일까지 훈련에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카스트로프가 월드컵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10월과 11월 A매치에 나설 경우에는 아시아로의 장거리 이동까지 해야한다'고 했다.
빌트는 '묀헨글라트바흐는 현재 조 스켈리가 근육 문제로 이탈해 오른쪽 풀백 자리가 비어 있다. 샬케전에서는 오스카 프랄로가 그 자리에 뛰었다. 케빈 딕스가 뛸 수도 있다. 카스트로프는 슈투트가르트전에서 긍정적인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롤란트 피르쿠스 묀헨글라트바흐 단장은 카스트로프를 옹호했다. 그는 "카스트로프는 어린 선수다. 분데스리가에서 젊은 선수들이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우리는 그를 전혀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은 학습 과정이며, 카스트로프가 이를 잘 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독일 축구는 유독 한국 선수들에게 박하다. 손흥민도 독일에서 인종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으며, 김민재는 매경기 좋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낮은 평점을 받았다. 최근에는 바이에른에서 방출되어야 한다는 보도가 끊임없이 나왔다. 오현규는 슈투트가르트행이 유력했지만, 무릎을 핑계로 이적료를 깎으려는, 선수에게 대단히 무례한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오현규는 멕시코전에서 득점 후 자신의 무릎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번에는 카스트로프까지 공격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