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경기 후 싹 사라졌던 투수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스박스엔 차가운 물과 이온음료를 가득 채웠다. 손에는 물병과 대형 물총, 심지어 뜬금없는 '망치'까지 들려 있었다.
거사에 낄 '짬'이 아닌 15년 차 투수조 조장도 등장했다. 또 무슨 장난을 칠까 머리를 굴리며 웃고 있었다.
데뷔 첫 10승을 거둔 LG 트윈스 손주영이 동료들의 재치 넘치는 물세례에 활짝 웃었다.
손주영이 1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시즌 10승을 고지에 올랐다.
손주영은 치리노스(12승) 임찬규(11승) 송승기(10승)에 이어 LG의 네 번째 10승 투수가 됐다. 1994년과 1998년에 이어 팀 역사상 세 번째 경사다. 특히 선발 10승은 1994년 이상훈(18승) 김태원(16승) 정삼흠(15승) 인현배(10승) 이후 두번째다.
손주영은 지난 7월 30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거둔 9승 이후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렸다. 팀이 8-4로 앞선 9회에도 손주영이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본 이유다.
마침내 승리가 확정되자 동료들의 축하가 시작됐고, 손주영도 온 몸의 힘이 다 빠진 모습으로 미소를 지었다.
방송 인터뷰가 한창 진행되는 동안 사라졌던 동료 투수들이 거창한 물세례 준비를 마치고 돌아왔다.
물세례는 젊은 선수들의 몫. 그런데 투수조 조장이자 11승 투수 임찬규가 팔짱을 낀 채 나타났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임찬규가 물병을 들고 인터뷰 광고판 뒤로 향했다. 무릎을 꿇고 광고판 아래 공간으로 팔을 뻗은 임찬규가 한창 인터뷰 중인 손주영의 신발에 물을 붓는 장난을 쳤다.
손주영의 반응도 특별했다. 임찬규의 짓궂은 장난에도 미동 없이 무사히 인터뷰를 마친 손주영은 도망치지 않고 그대로 그라운드에 엎드려 물세례를 받아냈다. 망치까지 든 유영찬의 겁박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LG는 이날 승리로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를 11로 줄였다. 1위 팀 LG의 물세례는 역시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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