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선수들 딱 걸리겠네' KBL 경기장에 신개념 '팬주도형 카메라' 등장한다…KCC-DB, 최초 PTZ 스마트존 설치

by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TV에서 볼 수 없는 장면 보여드릴게요.'

2025~2026시즌 남자프로농구 경기장에 획기적인 흥미 요소를 담은 신개념 스마트 관중석이 등장한다. 관중이 특수 카메라를 조종하며 방송 중계에서 잡을 수 없는 코트 구석 구석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의 시도다.

11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KCC와 원주 DB 구단은 최근 한국프로스포츠협회(KPSA)에서 실시한 '2025년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공모를 통해 예산 7500만원을 각각 확보했다. 팬들이 현장에서 제작한 영상 콘텐츠를 대외적으로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프로스포츠 관람 문화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호평을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KCC와 DB는 각 홈 경기장(부산사직실내체육관, 원주종합체육관)에 특수 카메라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프리미엄 좌석을 마련한다. KCC는 이 공간을 가칭 '패밀리석'으로 정했고, DB는 일단 '스마트존'이라 부르고 있다.

우선 KCC 구단의 경우 현재 사직체육관의 VIP석을 없애는 대신 팬 친화적 관중석으로 개선하는 공사를 진행 중인데, 여기에 '패밀리석'이란 특화 좌석을 설치해 태블릿 PC와 원격 컨트롤러 등 스마트 장비를 설치한다. DB 구단은 2년 전 관중석 개선 공모 사업을 통해 마련해 두었던 8개(16명)의 '디지털존'을 활용해 KCC와 같은 기능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장비는 체육관 곳곳에 설치하는 PTZ 카메라와 연결돼 경기장 안팎의 평소에 볼 수 없는 장면들을 촬영한다. PTZ는 'Pan-Tilt-Zoom'의 약자로 회전(Pan), 기울기(Tilt), 줌(Zoom) 기능을 갖춘 원격 제어형 카메라를 말한다. 흔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홈캠'과 비슷하지만 기능은 고성능이다.

KCC와 DB는 금명간 입찰을 통해 전문 업체를 선정, 각각 5개와 8개의 PTZ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현장의 재미를 선사하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관람 문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는 게 두 구단의 설명이다. 그동안 프로농구에서 신개념 카메라와 음성 전달 기능이 사용된 적은 있다. 심판이 '보디캠'을 착용하고 선수들의 근접 촬영 영상을 제공하거나, 감독이 미니 마이크를 달고 타임아웃 시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중계 방송사의 필요에 따라 시청자의 편의를 높여주는 것으로 입장료를 내고 현장을 찾는 '직관' 관중에겐 흥미 요소가 되지 못했다.



이번 KCC와 DB의 스마트 관중석은 현장을 찾는 정성을 들인 '진성' 팬을 예우하는데 초점을 뒀다. 시스템 작동 원리도 팬 주도형이다. 일단 스마트존에 앉는 관중은 일종의 카메라 감독이 된다. 게임을 즐기듯 조이스틱 모양의 컨트롤러를 움직여 '매복 군인'처럼 설치된 카메라를 조종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줌 기능으로 당겨 자세히 감상할 수 있고, 각각의 플레이 순간을 상상으로 그쳤던 각도에서 보는 등 TV 중계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장면들을 관찰할 수 있다. KCC 구단은 골대 위에도 1대를 설치해 덩크슛 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제공할 예정이다.

여기에 '몰래카메라' 기능도 가능해 흥미를 더할 전망이다. 코트에서 열전이 벌어지는 사이 벤치의 감독 코치와 선수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다. 흔히 선수들은 경기 중 흥분도가 고조된 나머지 무의식 중에 욕설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이런 장면들은 방송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지만 PTZ 카메라는 피할 수 없다. KCC 구단 관계자는 "앞으로 선수들의 언어 순화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 같다"라며 웃었다.

관중이 PTZ 카메라를 즐기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번 공모사업의 목적이 콘텐츠 다양화에 있는 만큼, 팬들이 찍은 영상은 경기 당일 '숏츠' 영상으로 편집돼 구단의 SNS 등을 통해 일반 팬들과 공유된다. 콘텐츠가 축적되면 프로농구의 무형자산도 쌓이는 셈이다.

DB 구단은 "그간 TV 중계로는 한계가 있었지만 PTZ 카메라를 통해 뛰어넘게 됐다. 팬들께 다양한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더 재밌게 활용할 것인 히든카드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