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액 3억원에 크게 못 미쳐…1심 1천500만원보다는 증액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사생활 폭로 협박을 받은 뒤 숨진 30대 여성의 유가족이 가해자인 유명 인터넷 방송인(BJ)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항소심에서도 청구액에 크게 못 미치는 배상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민사1부(이현우 부장판사)는 12일 선고 공판에서 A(사망 당시 33세)씨의 유가족이 BJ B(41)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에게 "(A씨 유족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2천만원씩 총 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면밀히 살펴봐도 고인의 사망과 B씨 불법행위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 행위 이후 2년 7개월이 지난 시점에 사망 시도가 있었고 사망 이틀 전 약물 과다복용으로 실려 갔을 때 의무기록지를 살펴봐도 피고인의 불법행위와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며 "오히려 가정 내 문제 때문에 소통·면담한 사정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B씨의 불법행위로 입은 피해 정도를 살펴볼 때 여러 위협적이고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한 것은 확인된다"며 "B씨 방송의 청취자 수 등을 고려하면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여 손해배상액을 증액한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손해배상 액수는 1심의 1천500만원보다는 많지만, A씨 유족이 청구한 3억원(1심 청구액 1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A씨 유가족은 1심 재판 과정에서 "고인은 B씨가 자기 잘못을 뉘우치지 않으며 (관련 형사 재판에) 항소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B씨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씨의 명예훼손 등 범행으로 인해 망인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점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면서도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의 범행과 고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30일로 예정된 선고 기일을 연기한 채 조정을 시도했으나 불성립 결론이 나왔다.
A씨 유가족은 이날 선고를 앞두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B씨는 저희에게 미안하다고 하거나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금액으로 조정을 한다는 걸 납득할 수는 없었다"며 "가해자가 반성하고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호소했다.
B씨는 2020년 5월 아프리카TV 개인 방송에서 전 여자친구 A씨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하며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2개월가량 A씨와 사귄 뒤 이별을 통보받자 계속 만나자며 명예훼손과 강요미수 등의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A씨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며 허위 제보 글을 작성한 뒤 30개 언론사 기자에게 이메일로 보냈고, A씨가 다니던 회사의 인터넷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2023년 2월 B씨가 형사 재판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20여일 뒤 약물을 과다 복용해 응급실로 옮겨졌으며, 의식불명 상태로 요양병원에서 지내다가 같은 해 9월 숨졌다.
이후 B씨는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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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