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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포기 안하길 잘했다" 41세 노익장, 마침내 '최고령' 아닌 'KBO 최초' 이정표 세웠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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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야구를 그만두지 않길 잘했네. 지금까지 해온게 너무 다행이다 싶다."

대기만성의 대명사, 한국 야구 노익장의 표본. SSG 랜더스 노경은은 좀처럼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지 않는다. 언제나 "내가 야구를 잘하는 선수도 아니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그렇게 야구로 밥먹고 산지 23년. 여유가 배어나는 달변이다.

하지만 전날의 아쉬움이 남아서였을까. 마침내 'KBO 최초'란 이정표에 도달해서였을까.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승리 직후 만난 노경은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전날 NC 다이노스전에서도 목전까지 갔었다. 4-3으로 앞선 경기, 7회부터 SSG의 막강 불펜이 가동됐다. 김민이 7회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20번째 홀드를 기록, SSG는 노경은-이로운-김민이 나란히 20홀드를 넘겼다. 한 팀에서 20홀드 3명이 나온 건 2024년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2번째 기록이다.

하지만 이날 노경은은 시즌 30번째 홀드를 달성하며 2023~2025년에 걸쳐 3년 연속 30홀드라는 이정표에 도달했다. KBO 역사상 최초 기록이다.

"내게도 이런 날이 왔다. 야구 포기 안하길 정말 잘했다. 내년에도 또 좋은 성적을 내서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며 각오를 다지는 노경은의 목소리에선 설핏 울컥함이 묻어났다.

"어제 경기가 너무 아쉽다. 그래도 하루 만에 훌훌 털어냈다. 마운드 올라오면 포수 사인보고 전력투구할 뿐이다. 오늘 우리 타자들에게 너무 고맙다. 내가 30홀드를 한 것도, 우리 후배들이 20홀드 넘게 올리는 것도 다 타자들 덕분이다. 아직 방심하면 안된다. 올해도 가을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면 좋겠다. 타자는 (최)정이, 투수는 나와 (김)광현이, 또 (문)승원이가 항상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노경은은 커리어 초창기 주로 선발투수로 뛰었다. 두산 시절인 2012년 12승에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고, 2013년에도 10승을 올렸다. 하지만 2014년 3승15패 평균자책점 9.03으로 추락하며 슬럼프를 겪었다.

2016년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2018년 9승을 올리며 반등에 성공하는듯 했다. 이미 노경은의 나이는 34세. 베테랑다운 터닝포인트라고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나이였다.

하지만 이후 부진 끝에 2021년을 끝으로 롯데에서도 방출됐다. 이렇게 커리어가 끝날법도 했지만, 이듬해 SSG로 이적한 뒤 말그대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SSG 이적 첫해 노경은은 41경기(선발 8)에 등판, 79⅔이닝을 소화하며 12승 1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하며 38세의 나이에 완벽한 부활을 신고했다.

이듬해에는 완전히 불펜에 정착, 무려 76경기에 등판해 83이닝을 소화하며 9승 2세이브30홀드,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성과는 놀라웠지만, 이쯤 되니 야구계 일각에선 '은퇴 앞둔 노장이라고 너무 혹사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생겼다.

노경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77경기 83⅔이닝 8승 38홀드 평균자책점 2.90으로 오히려 클래스를 끌어올렸다. 올해도 아직 시즌이 끝나진 않았지만, 30홀드를 달성한데다 평균자책점이 2.24에 불과하다.

앞서 은퇴투어 행사를 치른뒤 만난 오승환은 노경은 이야기가 나오자 "요즘 몸상태도 너무 좋아보이고, 공던지는 걸 보면 나보다 더 오래 뛸 선수다. 몸관리 노하우가 정말 좋은 거 같다. 매년 점점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잘 뛰었으면 좋겠다"며 미소지었다.

노경은은 "(오)승환이 형은 내가 감히 입박에 낼 수 없는, 메이저리그까지 다녀온 클래스의 선배 아닌가. 날 언급해주시는 것만도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승환이형하곤 같이 뛴 적이 없지 않나. 사실 대표팀에서 잠깐 만난 인연밖에 없는데, 두산에 있을 때부터,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2015년)도 그렇고…날 너무 잘 챙겨주신 고마운 선배다. 응원해주실 때마다 항상 감사한 마음 뿐이다."

노경은은 "함께 해온 필승조는 물론이고, 추격조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우리 추격조가 정말 강하다. 넘어가지 않는 경기를 해주니 뒤집는 경기도 자주 나오고, 그러다보니 나 (이)로운이 (김)민이 (조)병현이가 홀드, 세이브를 더 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정말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활짝 미소지었다.

대구=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