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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의 미리 봄] '은중과 상연', 나는 언제는 은중이었고 언제는 상연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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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언제는 은중이었고, 언제는 상연이었을 이들의 공감이 기대된다. '은중과 상연'이 12일 베일을 벗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송혜진 극본, 조영민 연출)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12일 15편을 동시에 공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졌다. 이에 앞서 취재진에게는 6회까지의 분량이 공개됐고, 이 안에서는 이들의 마지막 재회와 10대, 그리고 20대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서사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렸다.

이야기의 시작은 성공한 제작자 천상연(박지현)이 작가가 된 류은중(김고은)에게 자신의 조력 사망에 동행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부터.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상연의 갑작스러운 부탁 이후 그와의 과거 인연을 돌아보게 되는 은중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며 점차 이들의 10대와 20대, 그리고 30대를 돌아보게 만든다.

10대의 시작부터 지독하게 싸우고 가까워지던 두 사람이었다. 가정 환경부터 모든 게 달랐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었던 20대까지의 시간들이 펼쳐졌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 집안의 딸이지만, 오빠에게 밀려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상연과 반지하 방에 살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성격의 소유자 은중의 엇갈린 감정들이 10대를 가득 채운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를 해나갈 때 이들의 초반 관계성이 완성되는 것. 서로를 향한 열등감으로 10대, 그리고 20대를 보내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6회까지를 다루게 된다.

상연의 오빠 천상학(김재원)의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사건 이후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의 20대도 서로를 향한 열등감과 질투심으로 완성돼있다. 절친한 친구와 재회하게 되면서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도 맞지만, 그 속에 결핍이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 사이에 김상학(김건우)라는 은중의 남자친구가 등장하게 되는데, 상학과 상연의 '오빠'를 매개로 한 인연과 오래 된 짝사랑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면서 단짝처럼 붙어있던 은중과 상연의 관계를 다시 틀어지게 만든다. 얼핏 보면 '고작 남자 하나' 때문에 틀어지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같을 수도 있겠지만, 조영민 감독은 이들 사이 깊게 자리잡은 열등감을 살살 건드리면서 감정을 폭발하게 만들어낸다. 여기서 두 사람의 결핍과 감정선에 대한 문턱도 높지 않다. 뭐든 잘하는 것 같은 친구를 보며 질투심을 느꼈거나,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친구를 보면서 내가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시청자들도 대부분 이해할 수 있는 결핍과 상대에 대한 은근한 질투심, 그리고 동경이 섞여 있기에 '나는 언제는 은중이었고, 언제는 상연이었나' 생각하게 되며 몰입하게 된다.

김고은과 박지현의 연기는 완전히 극에 대한 몰입을 이끌어낸다. 아역으로 시작해 20대의 연기를 완벽하게 보여줬던 두 사람 덕에 30대, 그리고 40대를 넘나들 이들의 서사에 대한 기대감을 확실하게 채워준다. 극 초반 등장했던 40대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모습은 이들이 조력 사망이라는 어려운 길에 동행하게 되는 모습을 어떻게 그려갈지 궁금증을 더한다. 제작발표회에서 김고은은 이들의 마지막 동행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서 한참을 눈물을 쏟고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바. 이들의 마지막 발걸음이 어떤 식으로 완성될지도 관심사다.

15회라는 다소 긴 회차는 최근 짧게는 6부작, 길게는 12부작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있겠지만, 무려 30년을 넘나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짧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사랑의 이해'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냈던 조영민 감독은 이번에도 은중, 그리고 상연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몰입감을 제대로 줬다. 이들의 삶을 15시간 함께 살아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은중과 상연'은 1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