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KIA가 선두 LG를 잡고 연승을 달리며 가을야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KIA 타이거즈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홈런 2방을 앞세워 6대3으로 승리, 2연승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5위 삼성 라이온즈와 3경기 차였던 KIA는 강팀 LG를 잡으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을 살렸다.
전날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9회 2사까지 2점차로 밀리다, 기적의 역전승을 일궈낸 KIA. 먼 상경길이었지만, 그 승리 덕에 기분 좋게 LG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범호 감독도 "이기고 와서 다행이다. 선발 이의리가 잠실에서 나쁘지 않았는데 어느정도 버텨준다면 충분히 대등한 싸움을 해볼 수 있다"며 기대를 걸었다.
그 감독의 기대를 선수들이 알았을까. 일단 허리 부상을 털고 돌아온 외국인 타자 위즈덤이 화답했다. 위즈덤은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LG 선발 임찬규를 상대로 천금의 선제 솔로포를 때려냈다. 시즌 32호 홈런. 비거리가 무려 139m. 괴력의 홈런포였다.
하지만 LG도 만만치 않았다. 마치 외국인 타자들 기 싸움이라도 하듯 이번에는 오스틴이었다. 오스틴은 3회말 2사 1루 찬스서 KIA 선발 이의리로부터 역전 투런포를 때려냈다. 2사를 잘 잡은 이의리가 허무하게 문성주에 볼넷을 내줬는데, 그 충격은 컸다. 이의리의 몸쪽 공이 제구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오스틴이 기술적으로 찍어친 게 훌륭했다.
하늘은 KIA를 버리지 않았다. 5회 동점 장면이 절묘했다. 2사 후 윤도현이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다음 타자 박찬호가 유격수 정면 방면 땅볼을 쳤다. 그 때 윤도현이 뛰었다. 하필 LG는 유격수 오지환이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다. 그래서 안타가 됐다. 윤도현은 여유있게 3루까지. 그런데 LG 좌익수 최원영이 타구를 빠르게 처리하려다 공을 흘려 실책이 됐고, 윤도현이 홈까지 들어와 동점.
결승타는 6회 나왔다. 역시 최형우였다. 선두타자로 나와 임찬규를 상대로 결승 솔로포를 때려냈다. 시즌 23호포.
팽팽한 경기. KIA는 8회 도망가는 점수를 만들어냈다. 김영우를 상대로 최형우 볼넷, 위즈덤 안타로 1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LG는 염경엽 감독이 경기 전 예고한대로 선발 요원인 송승기를 불펜으로 올렸다. 하지만 송승기가 오선우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작전이 실패했다. 송승기는 후속 타자들을 막아냈지만, 이렇게 박빙의 경기에서 1점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KIA는 긴장을 풀지 않고 9회 쐐기점까지 만들어냈다. 박민의 안타에 박찬호가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로 무사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규성이 3루쪽으로 공을 보냈는데, LG 3루수 문보경의 실책으로 손쉽게 점수를 만들었다. 여기에 나성범의 적시타까지 터졌다.
KIA는 6회까지 막은 이의리에 이어 성영탁-전상현-정해영 필승조를 올려 경기를 끝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반 수비가 불안한 김선빈, 윤도현 대신 김규성과 박민을 수비에 투입해 걸어잠그기에 나섰다. 최근 극도로 불안했던 마무리 정해영은 지난달 7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처음으로 세이브를 기록할 뻔 했지만 점수차가 4점으로 벌어져 승리를 지킨 데 만족해야 했다. 다만 삼진 2개를 잡은 후, 오지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박동원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건 옥에 티였다.
KIA 선발 이의리는 6이닝 동안 볼넷 5개를 주며 불안했지만, LG 강타선을 3안타 3삼진 2실점으로 막아내 팔꿈치 수술 복귀 후 감격의 첫 승을 따냈다. 7경기 3패 평균자책점 10.17로 고전하고 있었는데, 정말 중요한 순간 달콤한 첫 승을 거뒀다. 무려 527일만의 거둔 승리다.
한편, 지난 5월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던 LG 홍창기는 이날 1군에 콜업돼 대타로 복귀전을 치렀다. 홍창기는 성영탁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