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가을야구 가고싶어요."
이의리가 '진짜' 돌아왔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6이닝 3안타 5볼넷 3삼진 2실점 투구로 팀의 6대2 승리를 이끌었다.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갈 때 KIA의 3-2 리드였으니 승리 요건. 타자들이 경기 후반 쐐기점을 만들어주며 그렇게 이의리의 승리가 확정됐다.
감격의 승리다. 2021년 KIA의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한 뒤, 좌완 파이어볼러의 가능성으로 꾸준하게 기회를 받으며 스타로 성장한 이의리. 하지만 KIA 팬들에게는 애증의 존재였다. 불같은 강속구는 너무 매력적이지만, 제구가 늘 문제였다. 주자를 베이스에 다 채우고, 삼진으로 막는 걸 계속 보는 건 짜릿하면서도 울화통이 터질 일이었다.
문제는 그런 이의리를 볼 수조차 없었다는 것. 지난 시즌 도중 팔꿈치를 부여잡고 말았다. 토미존 수술. 1년 넘게 재활에 힘쓰고 올시즌 후반기에 맞춰 복귀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7경기 선발로 나서 승리 없이 3패. 그 승리가 없던 경기들도 다 부진했다. 퀄리티스타트는 1회 뿐. 수술 전에도 공은 빠르고,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예상 못하게 튀어나오는 볼넷 때문에 늘 고전했다. 그 모습은 어디 가지 않았다. 이날 LG전도 마찬가지. 잘 던지다 갑자기 볼넷이 나왔다. 이날 유일한 실점은 오스틴 투런 홈런 전에도 2사를 잘 잡고 볼넷을 내준 후 홈런을 얻어맞았다. 하지만 이날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투구에 몰두한 결과 무려 527일 만의 달콤한 승리의 맛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의리는 승리 확정 후 "그냥 개운한 느낌이다. 오래 걸린 것 같다. 내 승리보다 팀이 이겨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는 질문에 "울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 그동안 못 던진 경기가 너무 많아 그 것때문에 울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의리는 복귀 후 잘 풀리지 않았던 시간에 대해 "조급했던 게 맞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복귀 첫 시즌은 어렵다' 하시니, 나도 '안 되나보다' 이렇게 생각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의리는 이어 "그래도 양현종 선배님과 이동걸 투수코치님께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양현종 선배님은 내가 공이 날리는 원인을 찾아주셨다. 식사 하실 시간도 반납하시고 내 훈련을 도와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527일 만에 거둔 승리. 이제 이의리의 올시즌 다음 목표는 뭘까. 이의리는 일말의 주저 없이 답했다. "가을야구 가고싶습니다"였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