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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첫 세계육상선수권 메달' 파테르나인 "내 여권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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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서 태어나 영국서 자라고 미국 대학 진학한 여자 마라토너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멕시코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라고, 미국 대학에 진학한 훌리아 파테르나인(25)이 우루과이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첫 메달을 선물했다.
파테르나인은 14일 일본 도쿄 시내를 돌고, 국립경기장에서 결승선을 끊는 2025 도쿄 세계선수권 여자 마라톤에서 42.195㎞를 2시간27분23초에 달려 3위에 올랐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파테르나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손가락 3개를 펴며 자신이 3위를 차지했는지 물었다.
파테르나인은 세계육상연맹과 인터뷰에서 "내가 매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긴 것 같다"고 웃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도쿄 올림픽 챔피언' 페레스 제프치르치르(케냐)가 2시간24분43초로 우승했다.
파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는 2시간24분45초로 2위를 했다.
우승 후보 제프치르치르와 아세파의 치열한 레이스가 끝난 뒤, 파테르나인이 도쿄 국립경기장에 들어서자, 세계육상연맹 유튜브 중계진은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도 메달 후보로 지목하지 않았던 파테르나인은 우루과이 사상 첫 세계육상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
파테르나인은 "'혹시 내가 400m 정도 덜 뛴 건 아닐까'라고 의심했다"며 "정말 믿을 수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무명 선수였던 파테르나인은 시상식이 끝난 뒤 세계육상연맹과 인터뷰에서 자신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나는 3개국 여권(우루과이, 멕시코, 영국)과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나는 멕시코에서 태어났지만, 온 가족이 우루과이 출신이다. 두 살때부터 영국에서 자라 23세 이하 유럽선수권에는 영국 대표로 출전했다"고 운을 뗐다.
올해부터 파테르나인은 우루과이 대표로 뛰고 있다.
파테르나인은 "부모님은 우루과이에서 태어났고, 많은 친척이 우루과이에 살고 있다"며 "나는 우루과이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고교 때까지는 800m와 1,500m, 중거리 선수로 뛰던 파테르나인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로 진학한 뒤, 장거리 5,000m와 10,000m로 종목을 바꿨다.
아칸소 대학으로 편입한 뒤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코치 없이 홀로 훈련하기도 했다.
혼란을 겪던 파테르나인은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사는 친구를 방문한 뒤 산악 달리기에 매료됐고, 도로 종목에 도전하기로 했다.
2024년 10마일 경기(약 16㎞)에 이어 하프 마라톤에 출전한 파테르나인은 올해 3월 31일 미국 뉴욕주에서 열린 소규모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2시간27분09초의 우루과이 신기록을 세웠다.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두 번째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그는 동메달을 따냈다.

파테르나인은 "첫 번째 목표는 완주였고, 레이스가 잘 풀리면 30위, 더 좋은 상황이 오면 8위 이내를 노리는 C, B, A 플랜을 짰다"며 "메달은 꿈꾸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파테르나인의 다음 목표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출전이다.
하지만, 그는 "당연히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밝히면서도 "오늘 내가 메달을 목표로 달렸다면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 거대한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