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고인이 된 유상철을 비롯해 김주성, 김병지, 데얀은 선수,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은 지도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공헌자 부문에서 역사가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16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자 6명에 대한 헌액식을 진행했다. 'K리그 명예의 전당'은 연맹이 K리그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2023년 신설됐다.
헌액은 권오갑 프로연맹 총재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권오갑 총재는 "K리그 명예의 전당이 단지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는 자리가 아니라, 많은 후배 선수들과 축구인들의 귀감이 되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의미를 전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K리그 명예의 전당을 통해 팬들과 축구인 모두가 헌액자들의 업적을 다시 되새기고 오래도록 기억할 것"을 기원했다.
이어 '명예의 전당' 헌액자 선정위원회의 위원석 위원장이 선정 절차를 소개했다. 선수 부문에서는 K리그 최상위리그(승강제 이전 K리그, 승강제 이후 K리그1)와 플레이오프, 리그컵 등에서 주요 성과를 기록한 선수 약 230여명을 대상으로, 선정위원회 내부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 20명을 선정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팬 투표와 기자단 투표, 구단 대표 및 감독 투표, 선정위원호 투표가 반영돼 최종 4명의 헌액자가 결정됐다. 지도자 부문과 공헌자 부문에서는 선정위원회의 내부 토론을 거쳐 각 1명씩의 헌액자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데얀, 유상철, 김병지, 김주성의 순서로 선수 부문 헌액식이 진행됐다. 데얀의 추천인으로 K리그 통산 득점 1위인 이동국 용인FC 테크니컬디렉터가 나섰다.
이동국 디렉터는 "터프한 K리그 무대에서 외국인 공격수가 이렇게 10년 이상 기복없이 꾸준하게 활약하기는 정말 어렵다. 그가 보여준 K리그에서의 활약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일 것 같다"며 데얀에 축하의 말을 전했다.
데얀은 "한국을 다시 찾아 기분이 좋다. 2007년에 한국에 왔을 때 수많은 득점, 기록, 우승을 달성할지 몰랐다. K리그의 레전드가 되서 기쁘다. 함께한 감독님들, 선수들, 스태프들, 특히 나를 많이 도와준 아내와 아이들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여기 자리에 함께한 레전드, 선수, 지도자들과 함께해 영광이다. 이런 큰 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이라고 미소지었다.
유상철의 추천인으로는 유상철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시절 제자인 재단법이 K리그 어시스트 김호남 이사가 나섰다. 김호남은 단상에 올라 "유상철 선수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멀티플레이어였다. 전 포지션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고, 득점왕을 차지했다. 제가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 감독님의 플레이를 보면서 저 선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며 진심 어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날 유상철의 아들 유선우씨가 대리 수상자격으로 무대에 올랐다. 아버지를 대신해 오른 그는 "아버지를 대신해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큰 영광이다. 아버지를 응원해주신 팬, 축구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이 상은 개인의 것뿐만 아니라 아버지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는 상이다"고 감동을 선사했다.
김병지의 추천인으로는 현역 시절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전남 드래곤즈에서 함께 뒨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나섰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김병지 선배의 708경기 출전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함, 팬들에게 사랑받는 독보적인 개성 등 K리그 명예의 전당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에게 트로피를 전달받은 김병지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꽤 긴 시간이 갈렸다. 짧은 시간 소회를 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추억과 아픔도 있지만,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며 "24년 동안 치열했던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행정가로 보내고 있는데, 남은 시간도 K리그 발전에 도움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나는 흙속의 진주처럼 어렵게 성장했다. 20대 초반 포기하는 선수들에게 '포기는 실패다, 도전하라, 행정가 등 여러길이 있다. 끝까지 갈때 진정으로 성공된 사람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응원하며 그런 인재를 찾겠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주성의 추천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이는 최순호 수원FC 단장이다. 최순호 단장은 "김주성이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신인왕부터 각 포지션별 베스트11, MVP를 휩쓸었다. '야생마'라는 별명이 그처럼 잘 어울리는 선수도 없었을 것이다. 김주성이 이번 헌액자로 선정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할 결과"라며 찬사를 전했다.
무대에 오른 김주성은 "시상식을 많이 참석했지만, 오늘 같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적은 없었다. 그만큼 이번 헌액식은 다른 의미로 새 출발을 알리지 않나 싶다. 선수로 K리그에 몸담고 있던 시절들이, 오늘 헌액식에 참석하다보니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다. 앞으로도 K리그는 감동과 스토리가 있는 리그로 성장하길 바란다. K리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고 미소지었다.
지도자 부문에는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 공헌자 부문에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헌액됐다. 김호 감독의 추천사를 위해 나선 인물은 리호승 전 수원 삼성 사무국장이었다. 리호승 국장은 "수원 삼성의 창단 초기에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감독님은 누구보다 담대했고, 치밀했다. 감독님은 선수단 뿐 아니라 구단 직원들에게도 늘 따뜻하게 대해 주셨고, 모두가 하나의 가족처럼 뭉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셨다"며 추억을 전했다.
무대에 오른 김호 감독은 "나이가 80이 넘었다. 그래도 이런 시상식은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모두 건강하고, 이런 날이 이런 날이 자주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헌자 부문 헌액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추천사를 위해 김호곤 축구사랑나눔재단 이사장이 무대에 올랐다. 김호곤 이사장은 "정몽준 명예회장님은 프로축구연맹 설립, 지역연고제 확립, 축구회관 설립 등 프로축구의 수많은 첫 걸음을 함께해 주셨다. K리그와 한국 축구의 오늘날을 있게 해준 분"이라고 소개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축구가 프로축구를 포함해 30년가 많은 발전을 했다. 여기에 계신 축구를 사랑하는 지도자분들 덕분이라 생각하며, 감사의 말을 전한다. 얼마전에 미국, 멕시코와 평가전을 했는데 우리의 FIFA 랭킹은 23위다. 일본은 18위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우리가 4강까지 갔고, 일본은 16강까지 갔다. 우리 축구 실력이 이것보다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축구인들이 분발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행정하는 분들께도 이야기를 전한다. 2002년 월드컵에서의 일본과 공동유치는 FIFA 부회장에 당선됐기에 가능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당선된 후 축구인들에게 물어봤다. '내가 할일이 뭐냐'. 축구 행정은 여러분이 하고, 회장은 바깥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FIFA 부회장에 출마했다. 많은 사람 안될거라고 했지만 선거에 나가서 11표를 받아 1표 차로 당선됐다. 아시아는 4개권역으로, 중동, 서남아시아, 아세안, 극동이 있다. 선거에 나가면 동네에서 표가 나와야 되는데 극동지역의 일본, 북한, 중국은 우리에게 잘 찍어주지 않는다"며 웃은 후 "어렵게 표를 부탁했다. FIFA에 가보니 집행위원이 21명이더라. 2002년 월드컵은 당연히 일본에서 하는 것이라고 하길래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우리보다 경제는 앞서일 지 모르지만 축구 실력은 우리보다 못하다고 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지 않고. 집에 돈 많은 선수 뽑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되는 소리, 안되는 소리를 해서 공동개최를 하고 4강까지 가는 기쁨을 누렸다. 내년 미국에서 월드컵이 개최되는데 우리 협회, 연맹, 팬들이 힘을 모아서 좋은 경기를 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헌액된 헌액자들에게는 K리그의 업적이 기록된 헌액증서와 함께 기념 유니폼, 트로패가 수여됐다. 트로피에는 '명예의 전당' 상징물이 각인된 순금메달이 박혀 헌액의 권위를 더했다.
2023년 초대 명예의 전당의 헌액자로는 선수 부문에 최순호 홍명보 신태용 이동국, 지도자 부문에 김정남 감독, 공헌자 부문에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