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취업의 신' 조제 무리뉴 감독의 새 직장이 윤곽을 보이고 있다.
행선지는 벤피카가 유력하다. 벤피카는 초강수를 띄웠다. 브루노 라즈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벤피카는 17일(한국시각) 포르투갈 리스본의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1차전에서 2대3으로 패했다. 2-0으로 앞서나갔지만, 이후 3골을 내주며 홈에서 무력하게 패했다. 카라바흐의 승리는 아제르바이전 축구 역사상 첫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 승리로 기억됐다.
벤피카 운영진은 이 경기 후 라즈 감독과 결별을 택했다. 벤피카는 리그에서 개막 후 3연승을 달렸지만, 지난 주말 산타 클라라와의 홈경기에서 1대1로 비긴데 이어, 이날 패배까지 겹치자 칼을 빼들었다. 후이 코스타 회장은 "모든 벤피키스타들에게 알린다. 우리는 라즈 감독과 합의에 도달했고, 오늘부로 그는 벤피카의 감독이 아니다. 라즈의 헌신에 감사하지만, 변화의 순간이 왔다"고 했다. 이어 공식 채널을 통해 공식 발표에 나섰다.
2020년 경질된 후 다시 돌아온 라즈 감독은 벤피카에서만 두차례 경질되는 수모를 겪었다. 라즈 감독은 한때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벤피카는 곧바로 후임 감독 찾기에 나섰다. 포르투갈의 오조구에 따르면, 최근 페네르바체에서 경질된 조제 무리뉴 감독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달 29일 페네르바체와 결별했다. 지난해 6월 페네르바체 지휘봉을 잡은 무리뉴 감독은 유럽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본선진출이 좌절됐다. 이틀만에 경질 통보를 받으며 14개월만에 하차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플레이오프 상대가 벤피카였다.
자유의 몸인 무리뉴 감독을 향해 벤피카가 러브콜을 보냈다. CNN포르투갈은 '벤피카가 무리뉴 감독과 원칙적 합의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세부 사항만을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볼라 역시 '지난 몇 시간 동안 접촉이 이루어졌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양 측은 오늘 협상을 마무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무리뉴 감독은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하나다. 최근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2000년대를 수놓은 명장이다.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유 등을 이끌며 26개의 트로피를 품었다. 트레블도 달성했다. 특히 AS로마에서 컨퍼런스리그 우승을 완성하며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유럽 대항전 3개 대회(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컨퍼런스리그)에서 모두 우승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무리뉴 감독의 출발점이 벤피카였다. 스포르팅, 포르투, 바르셀로나 등에서 코치로 활약한 무리뉴 감독은 2000년 벤피카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단 10경기만에 경질됐다. 당시 벤피카는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이후 레이리아 감독직에 오른 무리뉴 감독은 가능성을 보인 뒤 포르투에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무리뉴 감독이 벤피카 지휘봉을 잡을 경우, 무려 25년만의 복귀다.
무리뉴 감독은 경질도 자주되지만, 취업도 자주된다. 무리뉴 감독은 지금까지 9개팀에서 경질됐다. 그는 경질 위약금으로 1억810만유로(약 1755억원)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취업도 빠르다. 무리뉴 감독은 2000년 감독직을 시작한 이래, 가장 오래 쉰 것이 1년 정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