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외압'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 '출금 해제·호주대사 부임' 경위 조사
김계환 前사령관 5번째 소환…특검 "수사진행 문제없어…내달 尹 소환할 듯"
(서울=연합뉴스) 송정은 이승연 기자 = '이종섭 호주대사 도피'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핵심 연루자로 지목된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등 주요 피의자를 다음 주 줄소환한다.
정민영 특검보는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그간의 압수수색과 실무자 조사, 당사자 참고인 조사 등을 바탕으로 다음 주부터 호주대사 사건 피의자 조사를 본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오는 22일 오후 1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시작으로 23일 오전 10시 이노공 전 차관, 24일 오전 10시 조태열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은 채상병 사망사건 관련 수사외압의 주요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 추진해 도피시켰다는 혐의(범인도피·직권남용)로 고발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초 조 전 장관과 외교부, 법무부 청사를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법무부의 장·차관 고위급 인사들이 인사 검증 절차 없이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불법행위로 출국시켰는지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이 전 장관이 작년 3월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하고 귀국 후 사임하는 전 과정을 관장한 책임자다.
이 전 차관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이 전 장관 인사 검증을 할 당시 법무 차관으로 있었고, 이 전 비서관은 호주대사 임명 절차가 시작되고 인사 검증이 실시될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임했다.
특검팀은 지난 17일에는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의 당사자인 이 전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2시간 가까이 조사하며 당시 상황과 입장을 확인했다.
범인도피죄는 범인을 숨겨주거나 도피하도록 도운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도피 당사자인 이 전 장관은 참고인 신분이 된다.
이 전 장관은 출석 당시 "도피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반문하고, 변호인도 "망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적인 위치로 공개 활동을 하는 대사 부임을 '도피'로 규정한 의혹에 반박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당시 국방에 대한 사무를 관장한 이 전 장관은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선상에 올라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그러다 작년 3월 4일 호주대사로 전격 임명됐고 그로부터 나흘 뒤인 3월 8일에 출국금지가 해제돼 출국했다.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에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11일 만에 귀국해 호주대사직에서 사임했다.
특검 관계자는 함께 고발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아직 일정이 논의되거나 조율된 것은 없다"며 "원칙적으로 피고발인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해병특검은 수사 실적이 저조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정 특검보는 "법이 개정돼서 11월 말까지 수사를 한다면 현재 중반이 지난 정도라 기소가 안 돼서 수사 실적이 없다는 건 맞는 비판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수사 진행에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10월 정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도 있을 것이고 속도를 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의 조사 일정을 말하긴 어려운데 10월에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10월 정도엔 어떤 식으로든 중간 결론이라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수사외압 사건 관련 직권남용 및 모해위증 등 혐의를 받는 주요 피의자인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을 5번째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대통령 격노를 뒤늦게 인정한 경위', '박정훈 대령에게 명확하게 이첩 보류를 요청했는지' 등에 대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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