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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태어날 5번째 아이를 위해서라도' 커쇼, 이룰 건 다 이뤘다[스조산책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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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시즌 개막 이전만 하더라도 은퇴 의사는 없었다.

그는 지난 2월 초 다저스와 1년 계약을 하면서 "평생을 한 팀에서 보낸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난 그 위대함을 충분히 인지하지는 못한 것 같다. 모든 스포츠에 걸쳐 그와 같은 일을 한 사람들을 보면 특별하다고 느낀다. 이곳에 와서 커리어 전부를 보낸다는 것, 그게 얼마나 길지는 모르지만, 그게 분명한 목표"라고 했다. 다저스에서 은퇴한다고 했을 뿐 언제 그만둘 지는 알 수 없었다.

시즌 막판 은퇴를 결심한 배경은 세 가지다.

하나는 마지막 개인 목표였던 통산 3000탈삼진을 달성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시즌 막판 컨디션이 크게 떨어졌다는 현실적 한계, 그리고 곧 태어날 아이를 생각한 때문이라고 본다.

커쇼는 지난 겨울 무릎과 발가락 수술을 받아 5월 중순이 돼서야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재활을 순조롭게 소화한 덕분에 금세 피칭 감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5월 18일 복귀해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4이닝 5안타 3볼넷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컨디션을 끌어올리면서 5~6이닝을 거뜬히 던질 수 있는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등판을 거듭할수록 베테랑의 농익은 투구가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 7월 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는 통산 3000탈삼진을 달성했고, 8월 한 달 동안에는 5경기에서 28⅔이닝을 던져 5승, 평균자책점 1.88을 마크했다.

그러나 9월 들어 페이스가 처졌다. 3경기에서 13⅔이닝 동안 13안타와 9볼넷을 내주고 10실점했다. 은퇴 결심을 굳힐 만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정상급 선발투수로 던질 수 있는 나이이며 실력도 충분하다. 올시즌 20차례 선발등판해 102이닝을 던져 10승2패, 평균자책점 3.53, 71탈삼진을 기록한 커쇼는 보너스 조건을 모두 충족해 1600만달러를 확보했다.

1988년 3월 생인 커쇼는 올해가 37세 시즌이다. 함께 현역 레전드 '빅3'로 불리는 저스틴 벌렌더, 맥스 슈어저보다 각각 4살, 3살이 어리다. 그 둘은 아직 은퇴 의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커쇼는 정규시즌 종료 열흘을 남기고 전격적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1966년 세 번째 사이영상을 받고 31세의 나이에 마운드를 떠난 샌디 코우팩스 이후 다저스 역사에서 가장 아쉬운 은퇴가 아닐까 한다.

이날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프레스룸에 들어선 커쇼는 "이제는 그만두려 한다. 은퇴한다. 그동안 얘기를 많이 나눴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금이 딱 그만둘 때"라며 "올해는 참 즐거운 시즌이었다. 동료들과 굉장한 시즌을 보냈다. 이보다 더 좋은 시즌은 생각할 수 없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가 이긴다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난 누구에게도 폐가 되고 싶진 않다"고 밝혔다.

팀의 맏형으로서 자신의 은퇴 선언이 월드시리즈 우승 목표로 나아가는데 있어 방해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 시대 최고의 투수다. 많은 훌륭한 투수들이 있었지만 커쇼보다 경쟁력 있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책임감이 매우 강하고 꾸준했다. 나를 더 훌륭하게 만들어줬다. 우리는 함께 성장했고, 10년 동안 그와 함께 했다는 건 행운이었다. 자신의 선택으로 참으로 멋있게 은퇴한다"며 박수를 보냈다.

로버츠 감독은 이어 커쇼의 포스트시즌 출전에 대해 "그가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한 자리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역할인지는 모르지만, 그건 확실하다. 그를 신뢰한다. 포스트시즌은 신뢰하는 선수와 함께 하는 무대"라고 답했다.

마크 월터 다저스 구단주도 "다저스를 대표해 대단한 커리어를 보낸 클레이튼에 축하를 보내고 다저스 팬들과 야구팬들에게 많은 감동적인 순간을 만들어주고 이웃을 도운 심오한 활동들에 대해 감사드린다. 레전드다운 커리어를 쌓은 그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팀 후배 투수들도 존경의 메시지를 전했다.

뉴욕 메츠 투수 클레이 홈스는 "분명 이 시대 최고의 선수였다. 그가 던지는 걸 보면 명예의 전당 투수를 상대로 경기를 한다는 걸 안다. 이런 근사한 배웅을 받을 자격이 그에게 있다. 오랫동안 최고의 선수였다"고 응원했다.

밀워키 브루어스 투수 브랜든 우드러프는 "어떤 스터프를 갖고 있든 높은 수준으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메이저리그 투수는 흔치 않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투수라면 '어떻게 그렇게 던지지?'라고 물어볼 만하다. 매년 그렇게 한다는 매우 어렵다"며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커쇼는 사이영상을 한창 받던 데뷔 초반에는 90마일대 중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앞세워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었지만, 2019년 이후 부상이 잦아지면서 스피드가 떨어져 생존을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나갔다. 타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디셉션 투구폼이라든가 완급조절, 공끝의 움직임을 앞세워 던졌다.

어린 시절 커쇼의 롤 모델은 로저 클레멘스였다고 한다. 투구폼과 경기운영 등 클레멘스를 닮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커쇼는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가 도입되기 전 타석에 들어서면 아웃시키기 어려운 타자였고, 수비 실력도 상위권이었다.

이제는 온전히 가족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내 엘렌과 고등학교 시절 만나 2010년 결혼해 4명의 자녀를 뒀다. 그리고 곧 5번째 아이도 태어날 예정이다. 큰 아들 찰리는 다저스타디움 라커룸에 아빠 옆에 자신의 라커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커쇼는 2031년 명예의 전당 헌액 자격이 생긴다. 통산 세 차례 사이영상, 한 차례 MVP, 200승과 3000탈삼진, 역사상 유일한 4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 11번의 올스타, 특히 오프시즌 동안 전세계를 다니며 행한 자선 활동 등 만장일치의 찬성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