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올해 AL MVP 레이스는 역사에 남을 치열한 접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와 시애틀 매리너스 칼 롤리가 시즌 막판 표심을 쥔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으나, 누가 확실하게 앞서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MLB.com이 19일(이하 한국시각) 이와 관련해 메이저리그 각 구단 고위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 그 결과를 발표했다. 14명 가운데 7명이 롤리의 손을 들어줬고, 6명이 저지를 지지했다. 나머지 하나는 둘 간에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답을 내놓았다.
BBWAA가 지금과 같은 기자별로 순위를 정해 점수를 주는 순위점수제로 MVP를 뽑기 시작한 1931년 이후 간혹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곤 했다. 1979년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키스 에르난데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윌리 스타젤이 똑같이 216점을 얻어 공동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1947년에는 AL MVP를 놓고 뉴욕 양키스 조 디마지오와 보스턴 레스삭스 테드 윌리엄스가 각축을 벌인 끝에 디마지오가 1점차로 이겼다. 1996년 텍사스 레인저스 후안 곤잘레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1960년 양키스 로저 매리스와 미키 맨틀이 벌인 2파전 경쟁은 각각 3점차로 승부가 나 곤잘레스와 매리스가 생애 첫 MVP의 영광을 안았다.
1961년 매리스와 맨틀(4점차), 1944년 핼 뉴하우저와 디지 트라웃(4점차), 2001년 스즈키 이치로와 제이슨 지암비(8점차), 1995년 모 본과 앨버트 벨(8점차)의 경쟁도 치열했다.
2022년에는 AL MVP를 놓고 양키스 애런 저지와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제대로 붙었는데, 1위표 30개 중 28개를 가져간 저지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그해 저지는 AL 한 시즌 최다인 62홈런을 터뜨렸고, 오타니는 역사상 처음으로 규정타석과 규정이닝을 동시에 채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BBWAA는 AL 홈런 기록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당시 오타니는 MVP 등극에 실패한 뒤 "작년보다 개인적으로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MVP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도 "오타니는 2021년보다 더 잘 했는데, 그가 MVP가 아닌 이유를 누가 설명 좀 해달라고"고 하소연했다.
올해 롤리와 저지의 싸움도 예상이 쉽지 않다.
이번 MLB.com 투표에 참가한 한 NL 관계자는 "어려운 결정이다. 나에게 사실 투표권이 없어서 다행이기는 하다"면서 "퍼포먼스의 질 관점에서 시즌 내내 더 나은 활약을 한 저지에게 표를 주고 싶다. 홈런 기록과 수비 측면에서 롤리가 우세하지만, 그밖의 전반적인 성적을 보면 저지가 앞선다고 생각한다. 양키스가 저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 매리너스가 롤리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절실해 보인다. 그만큼 저지의 팀 공헌도가 높다는 얘기"라는 의견을 보였다.
또 다른 NL 관계자는 "저지는 꾸준히 최고의 선수였다. 야구 경기를 하게 될 경우 누구를 첫 번째 선수로 뽑겠냐고 하면 난 저지를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AL 관계자는 "저지가 시즌 초반 보여준 본즈급 활약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시즌 전반에 걸쳐 몬스터급 활약을 펼친 롤리에게 표를 줄 것이다.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수로 홈런 신기록을 세운 롤리가 우세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AL 관계자는 "저지가 WAR서 압도적인 수치를 보여주고 있어 그를 쉽게 선택할 수 있겠지만, 만약 롤리가 양키스타디움을 홈으로 썼다면 64홈런 정도는 쳤을 것이다. 더구나 그는 포수"라며 롤리의 손을 들어줬다.
다른 NL 관계자는 "아주 어려운 선택인데, 롤리가 후반기 들어 저지를 따라잡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저지의 부상 경력도 감안해야 한다. 100% 수준으로 뛰지 못한 선수에게 표를 던지는 건 어렵다. 저지가 지금쯤 54홈런(17일 시점서 홈런 1위)을 치고 있다면 그가 만장일치로 선택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역시 롤리를 위한 설명이다.
19일 현재 롤리는 홈런(56개)과 타점(118개)서 AL 1위다. 특히 홈런 부문서는 역대 스위치 히터 한 시즌 최다 기록을 넘어섰고, 시애틀 구단 역대 최다 기록인 켄 그리피 주니어와도 타이를 이뤘다. 저지는 타율(0.328), 출루율(0.453), 장타율(0.676), OPS(1.129)에서 양 리그 통합 1위다. WAR서도 당연히 압도적 선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