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어릴 때 봤어요. 오승환 선배님이 한국시리즈에서 던지는 모습을. 그게 제가 딱 원하는 모습입니다."
NC 다이노스에 대단한 물건이 나타는 느낌이다. 주인공은 투수 임지민.
혜성같이 등장해 155km 강속구를 거침 없이 뿌린다. 이호준 감독도 느낌이 왔다. 딱 2경기 시험을 해봤는데, 그 모습을 보고 2점차 승부처 8회 그를 등판시켰다. 17일 SSG 랜더스전. 임지민은 155km에 달하는 직구 5개로 SSG 정준재를 삼진 처리했다. 오랜만에 투수의 공 하나하나에 야구장이 술렁였다. 그만큼 충격적인 퍼포먼스였던 것.
그런데 반전남이다. 얼굴도 앳되고, 목소리와 말투도 부드러웠다. 마운드에서 공을 뿌리는 그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야구 얘기를 할 때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시작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2022년 강원고를 졸업하고 5라운드 NC 지명을 받았다. 임지민은 "고등학교 때 원래 포수였다. 그런데 어깨가 강하니 팀이 필요할 때는 가끔 투수로 나가는 정도였다"고 말하며 "스카우트분들께서 '투수로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바로 투수로 전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3년 1군 2경기 기록이 있다. 그해 5월25일 롯데 자이언츠전. ⅔이닝 2안타 3볼넷 2실점. 그리고 사라졌다.
임지민은 "2022년 9월에 처음 팔꿈치 피로 골절이 왔었다. 재활해서 복귀를 했는데, 통증이 없어지지 않더라. 그런데 그 때는 참고 이겨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롯데전에서 힘껏 던졌는데 탈이 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곧바로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임지민은 군 생활을 돌이키며 "강원도 양구 전방 부대였는데 저격수 부사수였다. 일과 시간에는 임무에 충실하고, 일과 후 저녁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시간을 들였다. 저녁 먹고 9시까지는 자유 시간이라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1월 전역 후 돌아와 2군에서 체계적으로 몸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임지민은 "올해 2군에서 야구가 확 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단에서 너무 신경을 만이 써주셨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이제는 팔꿈치에 아무 문제가 없다. 내가 원래 강하게 던지려 하니 폼이 정말 와일드했다. 팔꿈치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는 폼이엇다. 지금도 조금 폼이 거칠기는 하지만, 그래도 간결하게 가져가기 위해 애썼다"고 설명했다.
전성기 시절 오승환(삼성)처럼, 직구로만 타자를 이길 수 있는 자신을 꿈꾼다. 임지민은 "직구로 삼진을 잡을 때 느낌이 다르다. 뿌듯하다. 내 직구가 좋구나라는 생각에 희열을 느낀다"며 "최종 목표는 마무리 투수가 되는 것이다. 어릴 때 오승환 선배님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직구로만 상대를 이기는 걸 봤다. 그 모습이 딱 내가 원하는 모습"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