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꼽으라면 클레이튼 커쇼가 아닐까 싶다.
브루클린 시절까지 포함해도 커쇼 만큼 개인과 팀을 위해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수도 없다.
LA 타임스 저명 칼럼니스트 빌 플라슈케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클레이튼 커쇼가 다저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산을 남기고 은퇴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는 샌디 쿠팩스보다 오래 뛰었고,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보다 더 많은 걸 이뤘으며 다저스 구단의 67년 LA 역사상 그 어떤 타자보다 임팩트가 컸다'면서 '그는 다저스 선수로 위대할 뿐만 아니라 LA 연고팀에서 커리어를 보내며 프랜차이즈 문화를 변화시킨 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매직 존슨, 코비 브라이언트(이상 LA 레이커스)와 마찬가지로 LA 역사를 통틀어서도 가장 위대하다'고 썼다.
다저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로 그동안 주로 쿠팩스가 꼽혔다. 그는 195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966년 은퇴할 때까지 다저스에서만 12년을 활약했다. 짧고 강렬한 커리어를 보냈던 인물로 유명하다. 3번의 사이영상, 1번의 MVP를 수상했고, 4번의 노히터를 달성했다. 월드시리즈 우승도 두 차례나 이끌었다. 5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 4번의 탈삼진 타이틀도 화려하다.
통산 165승87패, 평균자책점 2.76, 2396탈삼진을 기록한 쿠팩스는 세 번째 사이영상을 받은 1966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쿠팩스의 갑작스런 은퇴 이유는 팔꿈치 부상이었다. 토미 존 서저리가 좀더 일찍 개발됐다면 쿠팩스는 더 많은 기록을 세웠을 지 모른다.
커쇼는 메이저리그 18년 통산 222승96패, 평균자책점 2.54, 3039탈삼진을 올렸다. 3번의 사이영상과 1번의 MVP는 쿠팩스와 같다. 5번의 평균자책점 타이틀, 3번의 탈삼진 타이틀은 물론 2번의 월드시리즈 우승도 그 무게가 쿠팩스와 비슷하다. 그러나 플라슈케가 언급한대로 커쇼 훨씬 오랜 기간 다저스에 헌신했다는 점에서 보면 쿠팩스보다 위대한 건 사실이다.
커쇼는 은퇴 후 5년이 경과해야 자격이 생기는 명예의 전당 입성을 2031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헌액 자격 첫 해 투표에서 100%에 가까운 찬성을 얻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명예의 전당 역사상 만장일치 헌액 선수는 2019년 마리아노 리베라가 유일한데, 커쇼가 그 뒤를 이을 가능성도 결코 낮지 않다. 2020년 데릭 지터나 올해 스즈키 이치로, 2016년 켄 그리피 주니어처럼 100%가 당연한 선수들도 1~3명이 이탈한 사례가 있지만, 커쇼라면 그 누구도 이의를 달기는 어려울 것이다.
커쇼는 자신의 이름을 따 '커쇼의 챌린지(Kershaw's Challenge)'라는 자선단체를 만들어 아내 엘렌과 함께 자선활동도 활발하게 벌여 로베르토 클레멘트상(2012년), 브랜치 리키상(2013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커쇼가 은퇴 기자회견을 연 19일 기자들 뿐만 아니라 다저스 관계자 및 선수들도 참석해 다저스타디움 프레스룸을 빼곡히 채웠다. 그런데 프레스룸 맨 뒤에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옆에 서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커쇼의 말에 귀 기울이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사실 커쇼와 오타니는 접점이 별로 없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2018년 커쇼는 전성기를 지나고 있었고,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지는 불과 2년 밖에 안 된다. 그러나 오타니는 다저스 입단 후 "커쇼와 같은 팀이 됐다는 점을 영예롭게 생각하고 많은 걸 배울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투수로도 커쇼는 오타니보다 한 수 위였던 선수다. 오타니는 지난달 28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5이닝 동안 투구수 87개 중 커브를 23개나 던졌다. 오타니는 커브를 그렇게 많이 던진 적이 없다. 당시 오타니는 "커쇼로부터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다. 특히 그가 등판하는 날율 유심히 지켜본다"고 했다. 커쇼는 커브의 달인이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10년 계약을 해 2033년까지 다저블루를 입고 뛴다. 그의 나이 39세가 되는 해이니 그 이후 현역을 연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타니는 이날 커쇼의 은퇴 기자회견을 보면서 8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을 지도 모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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