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와 기분 좋네요." 프로 입단 후 야구장에서 가장 밝게, 후련하게 웃었다. 강화 2군 숙소에서 매일밤 잠들기 전 머릿 속으로 상상하며 그려왔던 장면. 9월 20일은 아마 그 꿈을 이룬 날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SSG 랜더스 고졸 신인 포수 이율예가 프로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20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 SSG가 12-2로 앞선 8회말 앞서 대수비로 투입됐던 이율예가 첫 타석에 섰다. 그리고 두산 투수 김유성의 148km 직구를 풀스윙으로 띄워올려 왼쪽 홈런 폴대를 휘어져 맞고 안쪽으로 떨어지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프로 데뷔 첫 안타. 1군 첫 안타가 바로 쐐기 3점 홈런이었다.
경기 후 선배들의 물 세례에도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에 나선 이율예는 "얼떨떨하다. 꿈에 그리던 순간이다. 정말 후련하다"면서 "이제 시작이니까 자만하지 않고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칫 파울이 될 수도 있는 타구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포물선을 그리며 휘어져들어가 폴대를 맞았다. 이율예는 "(타구를 보면서) '제발 제발'이라는 생각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라. 밖으로 나가지만 말라고 했는데 운이 진짜 너무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사실 스리런 홈런인 줄도 몰랐다. 주자가 2명 나가있다는 사실조차 인지를 못할 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이율예는 "주자가 어디있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긴장 안하려고 해도 되더라. 초구, 둘째구 헛스윙 하자마자 큰일났다 싶었다. 제발 공이라도 맞혀보자 싶었다"고 머쓱해했다.
정말 기다려온 순간이다. 청소년 대표팀의 안방마님이자 당분간 없을 대형 포수 유망주. 강릉고 출신으로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8순위 지명을 받아 SSG에 입단한 이율예는 올해 대부분의 시간을 퓨처스리그에서 보냈다. 베테랑 이지영 그리고 1순위 기대주 조형우 투톱 체제로 엔트리를 꾸리면서, 신인 이율예에게는 퓨처스에서 갈고 닦을 시간이 주어졌다.
보완점이 뚜렷해보였던 타격도 빠른 시간 내에 좋아졌다. 이숭용 감독은 "본인 고집이 있는데, 그걸 꺾고 새로운 걸 흡수하는 능력도 대단히 빠르다. 나이답지 않게 굉장히 영리한 친구"라며 그의 성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율예는 그 시간을 돌아보며 "입단하고 나서 힘든 시간도 많았다. 왜 못나갈까, 왜 잘하고 있는데도 나갈 수 없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1군 타석에 들어가니까 제가 부족한 점을 엄청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2군에서 연습도 진짜 엄청 많이 하고, 이 순간만을 위해 연습했었다. 올해 그래도 한가지는 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안도했다.
그리고 9월 확대 엔트리에 마침내 1군 콜업 기회가 주어졌다. 4월과 7월 한 타석씩 설 기회는 있었지만 안타는 나오지 않았다. 안타를 쳐볼 타석 자체도 부족했다. 확대 엔트리로 1군에 합류한 후로도 매일 타이트한 접전이 이어지면서 기회가 가지 않았다.
강화 2군 숙소에서 매일 자기전 TV로 중계를 보면서 1군 출장에 대한 꿈과 의지를 다진 이율예는 꿈꾸던 첫 홈런을 친 후 가장 먼저 부모님을 떠올렸다. 그는 "부모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매일매일 경기하는거 보러 와주시고, 그랬는데 오늘은 부모님이 안계시는데 쳐서(아쉽다). 그래도 TV로 보고 계셨을 것"이라고 웃으면서 "부모님께 힘들다는 이야기를 잘 안했다. 고등학교때 한번 힘들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어머니가 우시더라. 그때부터 참고 밝은 척만 했다. 아마 부모님이 가장 많이 아실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이렇게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린 것 같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간접적으로나마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1년전 신인 드래프트장에서 랜더스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이율예는 벌써 선배가 된다. 새 시즌 후배들이 입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이 진짜 빠르다.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싶었다. 그래도 1년을 되돌아보니까 성장을 많이 했구나 싶어서 후회하지는 않는다. 후배들이 들어오면 제가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얘기해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다. 선배님들, 형들에게 받았던 것처럼 저도 후배들을 잘 챙기는 선배가 되려고 노력하고 싶다"고 '선배다운' 듬직한 각오를 보였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