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아직 더 해도 될 거 같은데…."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투수와 함께 했던 시간. '몬스터' 류현진(38·한화 이글스)에게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클레이튼 커쇼(37·LA 다저스)는 은퇴를 선언했다.
다저스 원클럽맨의 화려한 퇴장이었다. 2006년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커쇼는 2008년 빅리그에 올라왔다. 18시즌 동안 다저스에서만 뛰며 473경기에 나와 2849이닝을 던지며 222승96패 3045탈삼진 평균자책점 2.54의 성적을 남겼다.
3차례의 사이영상(2011, 2013, 2014년)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올스타전은 11차례나 나섰다.
류현진과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류현진은 2013년 다저스와 계약해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2019년까지 7시즌 동안 커쇼와 한솥밥을 먹으며 선발진 한 축을 담당했다.
2019년 시즌을 마치고 류현진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하면서 둘의 동행은 마침표를 찍었다. 류현진은 2023년 시즌을 마치고 KBO리그로 돌아왔다.
바다 건너 들려온 '옛 동료'의 은퇴 소식.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아직 10승을 하는 투수인데 은퇴를 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동료' 커쇼의 모습에 류현진은 "대단한 선수다. 7년을 봤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자기 루틴대로 다 하더라. 같은 루틴은 7년을 똑같이 했다. 어쩌다가 체력적으로 힘든 날에는 하루 쉬거나 해도 되는데 그런 것 없이 똑같이 하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한 선수라 생각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내는데도 불펜 피칭 하는 날, 웨이트를 하는 날 등 빠짐없이 매주 똑같이 하더라. 운동도 순서도 안 바꾸고 똑같이 한다. 정말 대단하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에게도 커쇼의 철저한 자기관리는 좋은 교과서였다. 류현진은 "미국에 가기 전에는 없었던 나의 루틴이 생겼다. 선발투수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 같다. 중간투수 였다면 똑같이 하지 못했을 거 같은데 자기 루틴을 만들 수 있는 그런 걸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커쇼에게도 류현진은 좋은 동료였다. 스프링캠프마다 류현진에게 체인지업을 물어보며 구종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류현진은 "많이 물어보긴 했는데 자기는 안 된다고 하더라"라며 "그래도 나중에 스플리터를 던지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커쇼는 20일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선발로 나와 4⅓이닝 4안타(1홈런) 4볼넷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2로 지고 있던 5회초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뒤 교체됐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커쇼의 모습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커쇼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동료들과 포옹을 했다.
류현진 역시 이 모습을 중계로 지켜봤다. 류현진은 "기왕이면 마지막에 승리투수가 됐으면 좋았을 거 같다. 그래도 마지막 홈 경기에서 이닝 중간에 바뀌어 인사를 받고 내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옛동료'의 화려한 퇴장에 남다른 감정을 전했다.수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