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가 승점 3점을 따내기 위해 런던에 '버스'를 주차시킬 뻔했지만, 마지막 4분을 못 버텼다.
맨시티는 2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전반 9분 엘링 홀란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맨시티는 정규시간이 끝날 때까지 1-0 리드를 유지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3분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줬다.
이로써 맨시티는 직전 맨유와의 맨체스터 더비 3대0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지 못한 채 2승1무2패 승점 7로 9위에 머물렀다. 승점 7점은 개막 후 5경기에서 승점 4점을 거둔 2006년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 시절 이후 19년만의 최저승점이다.
아스널은 3승1무1패 승점 10으로 2위로 올라섰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을 상대로 리그에서 5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한 최초의 감독으로 등극했다.
양팀의 무승부는 리그 2연패를 노리는 리버풀에만 유리한 결과가 됐다. 리그 5전 전승 중인 선두 리버풀(승점 15)은 이번 라운드를 통해 2위권인 아스널, 토트넘, 본머스(이상 승점 10)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벌렸다. 맨시티와는 8점차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승부수는 흔히 '버스를 세운다'라고 표현하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주중 나폴리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경기 일정으로 인한 선수들의 높은 피로도 때문인지, 후반 중반부터 '맨시티답지 않은' 수비 일변도로 나섰다. 31분 공격수 홀란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니코 곤살레스를 투입하며 5-5-0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영국공영방송 'BBC'는 '이 전술은 조세 모리뉴 전술을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라고 밝혔다. 모리뉴 현 벤피카 감독은 첼시 사령탑 시절 단단한 수비 전술의 대명사였다.
점유율 축구의 선두주자였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승리를 위해 과감히 공을 포기했다. 이날 맨시티의 점유율은 놀랍게도 33.2%였다. 'BBC'에 따르면 이 기록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도자로 치른 601번의 리그 경기 중 최저 점유율에 해당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지만, 상대가 강할 때는 수비를 강화하고 역습을 시도한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지만, 이 레벨에선 그렇게 해야 한다. 어떤 경기에선 상황에 맞춰 (전술을)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많이 지쳤고, 부상자도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버스를 세운다'라는 표현이 부정적으로 쓰인다라는 질문에 "10년에 한 번은 괜찮지 않나?"라고 유쾌하게 받아쳤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3분 마르티넬리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무실점 1-0 승리를 따내겠다는 계획이 틀어졌다. 수비 뒷공간을 향한 에베레치 에제의 패스를 받은 마르티넬리가 달려나온 맨시티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를 피해 감각적인 로빙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 맨시티 수비수 마이카 리차즈는 오랜기간 지켜본 맨시티의 경기 중 가장 형편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펩의 전술이 아니라 모리뉴나 샘 앨러다이스의 전술이었다"라고 꼬집었다.
전 아스널 윙어 시오 월컷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결정을 지지하지만, '잇따른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