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질 높은 조기 완화의료가 진행성 암 환자의 생존율을 2배 이상 높이고 우울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완화의료를 받았는지 여부가 아니라, 그 질적 수준이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진행성 암 환자는 치료 방법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통증, 불안, 우울, 삶의 의미 상실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돕기 위해 조기 완화의료가 도입되어 왔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제공 여부에만 초점을 맞췄고, 질적 수준이 환자의 삶과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국립암센터 강은교 교수, 울산대병원 고수진 교수)은 국내 12개 병원에서 진행성 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조기 완화의료의 질이 환자의 정신건강, 삶의 질, 자기관리 능력,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17년 9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진행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데이터를 활용한 2차 분석으로, 연구팀은 이를 통해 환자가 경험한 완화의료의 질에 따라 예후 차이를 확인했다.
연구 시작 시점에 환자가 체감하는 완화의료의 질은 윤영호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완화의료 질 평가 설문(Quality Care Questionnaire-Palliative Care, QCQ-PC)'으로 평가됐다. 이 설문은 의료진과의 소통, 의사결정 참여, 돌봄의 연속성과 조정, 정서적 지지 등 환자 경험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검증된 도구다. 연구팀은 QCQ-PC 점수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환자를 질 높은 완화의료군(76명)과 질 낮은 완화의료군(68명)으로 구분하고, 이후 두 그룹을 대상으로 우울(PHQ-9), 삶의 질(MQOL, EORTC QLQ-C15-PAL), 자기관리 전략(SAT-SF), 2년 생존율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연구 시작 시점에서 두 그룹의 우울 유병률은 각각 35.5%와 40.3%로 비슷했으나, 24주 후에는 질 높은 완화의료군이 14.7%로 크게 낮아진 반면 질 낮은 완화의료군은 39.1%로 유지돼 두 그룹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36).
2년 생존율도 질 높은 완화의료군은 25.0%였던 반면 질 낮은 완화의료군은 11.8%에 그쳐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p=0.0056).
삶의 질 분석에서는 MQOL(McGill 삶의 질 질문지)의 실존적·사회적 지지 영역에서 질 높은 완화의료군이 24주 시점에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으나, 전반적 삶의 질을 평가한 EORTC QLQ-C15-PAL(유럽암연구치료기구 삶의 질 평가 도구)에서는 두 그룹 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자기관리 전략은 18주와 24주 시점 모두에서 준비 전략과 실행 전략 점수가 질 높은 완화의료군에서 유의미하게 향상돼, 환자들이 질병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개선됐음을 보여줬다.
국립암센터 강은교 교수(가정의학과)는 "이번 연구는 조기 완화의료의 '질'이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그동안 근거가 부족했던 영역에 학술적·정책적 의미를 더했다"며 "완화의료의 질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가정의학과)는 "국내에서는 아직 완화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충분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앞으로는 완화의료 서비스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질적 수준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환자들이 어디서든 질 높은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통증과 증상 치료(Journal of Pain and Symptom Management)'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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