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 김민재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실력으로 싹 잠재워버렸다. 자신에 대한 비난을 가슴 속에 독기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뒤 그라운드에서 에너지로 폭발시킨 덕분이다.
시즌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뮌헨 구단의 '매각 1순위'로 평가받았던 김민재가 불과 2경기 만에 자신에 대한 평가를 뒤집어버렸다. 이제는 다시 주전 센터백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리그 전체에서 손꼽히는 베스트 플레이어로 뽑혔기 때문이다.
독일 축구매체 키커는 22일(이하 한국시각) 2025~2026 분데스리가 4라운드 '이 주의 팀'을 발표했다. 주간 베스트 11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김민재가 여기에 수비수로 선정됐다. 팀 동료인 공격수 해리 케인과 함께 이 주의 팀의 한 자리에 들어갔다.
뮌헨 센터백이 이번 시즌 키커 선정 '이 주의 팀'에 들어간 건 김민재가 최초다. 이는 김민재가 지난 20일 열린 호펜하임 전에 보여준 엄청난 퍼포먼스 덕분이다.
김민재는 이날 독일 진스하임 프리제로 아레나에서 열린 TSG 1899 호펜하임과의 2025~2026시즌 분데스리가 4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왔다. 이번 시즌 첫 선발 기회였다. 김민재는 4-2-3-1포메이션에서 오른쪽 센터백을 맡았다. 왼쪽에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뮌헨이 영입한 조나단 타가 배치돼 김민재와 호흡을 맞췄다.
벼랑 끝에서 다시 찾아온 기회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민재 무용론'이 파다하게 일어났다. 김민재를 빨리 팔아치워야 한다는 비판도 현지에서 나왔다. 지난 시즌 팀내 출전시간 2위를 기록하며 헌신했던 것은 다 잊은 듯 보였다. 오로지 부상 여파로 인해 부진했던 지난 시즌 막판의 모습만이 부각됐다. 이런 김민재에게 이탈리아 세리에A 구단이 관심을 보이자 뮌헨이 서둘러 팔아치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심지어 독일 매체 아벤트차이퉁은 불과 일주일 전 김민재에 대해 '뮌헨 센터백 자원 중 4순위에 불과하다. 김민재는 과거 나폴리에 있을 때의 압도적인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흔들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김민재는 요나탄 타, 다요 우파메카노, 스타니시치의 아랫 순위다.
그러나 김민재는 호펜하임전 단 한 경기만에 이런 평가들을 '헛소리'로 만들어버렸다.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인 덕분이다. 이날 김민재는 온 몸을 내던져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직접 골을 막아낸 슈퍼 세이브를 포함해 호펜하임의 결정적 찬스를 여러차례 분쇄시켰다. 후반 24분에 왼쪽 종아리 통증으로 교체되기 이전까지 김민재는 '통곡의 벽' 역할을 해냈다.
결국 김민재는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한 케인 다음으로 높은 평점을 받았다. 축구통계업체 풋몹은 김민재에게 평점 7.9를 줬다. 이는 양팀을 통틀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다. 김민재는 패스 성공률 94%에 태클성공 1회, 클리어링 6회, 헤더 클리어 3회, 리커버리 6회 등 수비 전반에 걸쳐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김민재는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도 교체 투입돼 뛰어난 수비장악력을 선보였다. 이어 호펜하임전에는 선발로 나가 '철기둥'으로 우뚝 서며 '이 주의 팀'에 뽑혔다. 2경기에서 나타난 김민재의 퍼포먼스를 리그 최상위권이었다. 이제 벵상 콤파니 감독도 팀의 센터백 구성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일주일전 김민재를 '4순위 옵션'이라고 깎아내렸던 아벤트차이퉁은 김민재가 '이 주의 팀'에 선정되자 '눈부신 스피드와 정밀한 예측력, 강력한 대인 방어 능력을 앞세워 다시 뮌헨 수비의 중심으로 복귀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제 김민재는 다시 뮌헨의 핵심선수로 돌아왔다. 이 평가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