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무사 1,2루. 타자의 번트 시도가 포수 앞 뜬공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타자가 스타트를 끊지 않았고, 공을 잡으려던 포수와 충돌했다.
실수였을까, 아니면 순간적으로 '천재'적인 플레이였을까. 결과적으로 이 수비방해 플레이 하나가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승패를 갈랐다.
NC는 23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마지막 16차전에서 8회초 터진 김휘집의 2타점 결승타를 앞세워 4대2로 승리했다. 울산 현장을 가득 메운 9600여명의 롯데팬들은 장탄식을 토해냈다.
이날 승리로 NC는 64승째(6무67패)를 기록했다. 5위 KT 위즈와는 3경기 차이.
하지만 이날 KT가 키움 히어로즈에 승리한 반면, 롯데는 패했다. 67패째(65승6무)를 기록한 6위 롯데와 5위 KT(69승4무66패)의 차이는 2경기반 차이로 벌어졌다. 롯데에게 남은 6경기에 뒤집기엔 사뭇 커보이는 격차다.
이날 NC는 최원준(중견수) 오영수(지명타자) 박건우(우익수) 데이비슨(1루) 이우성(좌익수) 서호철(2루) 김휘집(3루) 김형준(포수) 김한별(유격수) 라인업으로 경기에 임했다. 선발은 신민혁.
롯데는 황성빈(중견수) 고승민(2루) 윤동희(우익수) 레이예스(좌익수) 전준우(지명타자) 나승엽(1루) 손호영(3루) 전민재(유격수) 손성빈(포수)으로 맞섰다. 최근 외야와 1루를 전전하던 고승민이 다시 2루로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선발은 박세웅.
NC는 부상병동이다. 주장 박민우를 비롯해 김주원 권희동 박건우 최원준 등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많다. 박민우는 1군에서 빠진지 2주째지만 이제 훈련을 시작하는 단계다. 다른 선수들도 출전을 관리해줘야하는 입장. 이호준 감독은 특히 박민우의 허리 부상에 대해 "허리는 김성근 감독님도 쉬라고 하는 부위다. 없다 생각하고 남은 시즌을 치르겠다"고 답했다.
경기전 롯데는 '154㎞ 괴물' 이민석을 1군에서 제외했다. 김태형 감독은 "부상이 아니라 지금 제구가 전혀 안된다. 등판하기 어려울 정도라서 1군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벼랑 끝에 몰린 팀, 선발과 불펜 양쪽에서 활용 가능한 이민석이 한층 더 요긴할 수 있다. 하지만 9월 들어 깊은 부진에 빠져있다.
이날 티켓은 모두 팔렸다. 시즌 막바지에 달한 만큼 이전과는 다른 울산의 분위기다.
다만 롯데 구단은 문수야구장의 외야가 잔디밭으로 처리된 점을 감안해 안전을 우려, 울산시가 밝힌 1만 2000석 중 9655석만 열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공식 매진으로 기록되진 않는다.
선취점은 NC가 먼저 냈다. 3회초 2사 후 오영수가 안타로 출루했고, 박건우의 우중간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롯데는 이날 윤동희의 방망이가 매서웠다. 4회말 1사 후 윤동희가 안타로 출루했고, 이어진 2사 2루에서 캡틴 전준우의 3유간 적시타가 터졌다.
NC는 5회가 끝난 뒤 신민혁을 빼고 로건을 올렸다. 윤동희는 로건을 상대로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솔로포까지 쏘아올리며 현장을 달궜다.
롯데는 6회 1사에서 박세웅을 빼고 최준용을 투입했다. 하지만 NC에는 김휘집이 있었다. 7회초 곧바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선두타자 김휘집이 안타로 출루했고, 이어진 2사 2루에서 최원준의 동점 적시타가 터졌다.
그리고 논란의 8회초. 롯데는 정철원이 등판했다. NC 선두타자 박건우는 볼넷, 다음타자 데이비슨은 안타로 각각 출루하며 무사 1,2루가 됐다. 각각 대주자 고승완과 홍종표로 교체됐다.
여기서 NC 천재환의 보내기번트가 공중에 떴다. 그런데 천재환은 떠오른 타구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고, 롯데 포수 정보근이 공을 잡기 위해 달려들다 천재환과 충돌했다.
심판은 천재환의 수비방해를 선언하며 2,3루까지 갔던 주자들을 귀루시켰다. 김태형 롯데 감독이 곧바로 그라운드로 나섰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상황도 아니었다.
천재환의 번트가 뜬 상황에서 심판은 정보근의 동작을 뜬공 처리로 간주했다. 하지만 이는 포수앞 땅볼로 병살 처리가 가능했던 타구다. 이를 눈치챈 롯데 선수들은 심판 판정이 나오기 전에 주자들을 미리 태그해뒀다.
하지만 심판은 수비방해로 인한 타자 아웃만을 선언했다. 서호철의 1루 땅볼로 2사 2,3루 상황이 이어졌다. 그리고 김휘집이 유격수 키를 넘는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NC가 4-2로 달아났다. 어쩌면 이미 수비 이닝이 끝났을 수도 있는 상황이 2실점으로 바뀌었다.
천재환의 번트 당시 타구가 파울 지역이 아니라 정확하게 투수 앞으로 떠올랐다. 따라서 천재환이 그 순간 멈출 이유는 없었다. 영악한 플레이라고 해야할까. 팬들이 농담삼아 했던 '지니어스환'이란 별명이 현실이 된 모양새다.
NC는 8회 김영규 배재환, 9회 김진호를 총동원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울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