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그렇게 경고했는데…."
김도균 서울 이랜드 감독은 답답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토록 강조했던 '경고 트러블'이 중요한 순간, 또 다시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20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30라운드에서 2대2로 비겼다. 직전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아쉽개 0대1로 패하며 무패 행진이 마감된 이랜드는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약했던 부천 원정에서 승리할 경우 단숨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분위기는 좋았다. 전반 15분 서진석, 후반 12분 에울레르의 연속골이 터지며 2-0으로 앞서나갔다. 이랜드는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펼치며 부천을 꽁꽁 묶었다. 하지만 후반 15분 박창환의 어이없는 플레이로 한번에 무너졌다. 전반 39분 경고를 한차례 받았던 박창환은 상대 선수와 경합 중 반칙을 범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박창환은 파울 후 쓸데없는 동작을 펼쳤고, 주심은 플레이 지연으로 옐로 카드를 꺼냈다. 박창환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앞선 경기에서 경고 5장을 받아 수원전에서 뛰지 못했던 박창환은 복귀하자마자 경고 2장은 연거푸 받으며 씁쓸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 퇴장 후 무게추는 급격히 부천으로 기울었다. 부천은 한명이 부족한 이랜드를 상대로 맹공을 퍼부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몬타뇨와 바사니가 연속골을 폭발시키며, 경기는 2대2 무승부로 끝이 났다. 이랜드는 다잡았던 승리를 놓치며, 순위가 8위(승점 44)까지 추락했다.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5위 성남FC(승점 47)와의 승점차는 3점에 불과하지만, 팀 전체가 가라앉을 수 있는 무승부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결과다.
이랜드는 올 시즌 내내 경고 트러블 때문에 고생 중이다. 이랜드는 올 시즌 무려 73장의 경고를 받았다. K리그2 1위다. 경기당 2번 이상의 경고를 받는 셈이다. 김 감독은 매 경기 전은 물론 하프타임마다 "쓸데없는 경고를 받지 말자"고 경고, 또 경고했다. 부천전처럼 굳이 퇴장이 아니더라도, 경고 하나로 분위기가 바뀌며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투지 있는 플레이를 펼치다 경고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불필요한 행동을 하거나, 혹은 항의, 어이없는 태클로 경고를 받는 경우가 너무 많다. 김 감독은 기회가 날때마다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감독이 계속해서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김 감독은 애꿎은 가슴만 치고 있다.
이랜드의 경고 트러블은 계속되고 있다. 부천전에서 김오규, 백지웅이 경고를 받아 누적 경고로 다음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뛸 수 없다. 핵심 선수 3명이 빠진 채 '선두팀'을 상대해야 한다. 선수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