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병헌(55)이 "박찬욱 감독, 나의 '아, 안돼' 밈 보고 10분간 웃더라"고 말했다.
이병헌이 24일 오전 스릴러 범죄 블랙 코미디 영화 '어쩔수가없다'(박찬욱 감독, 모호필름 제작) 인터뷰에서 25년간 헌신한 회사로부터 해고당한 뒤 자신만의 전쟁을 시작한 구직자 유만수를 연기한 소회를 전했다.
이병헌은 "나에게 '어쩔수가없다'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박찬욱 감독이다. 20여년 전 박찬욱 감독과 두 작업을 했지만 그 사이에도 나는 늘 박찬욱 감독과 작업을 원했고 박찬욱 감독 또한 작품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해왔지만 일정이 잘 맞지 않았다. 만날 것 같다가 못 만나는 상황이 많았다. 그런데 '어쩔수가없다'는 15~17년 전 미국에서 박찬욱 감독이 지나가면서 가볍게 말한 작품이었고 다시 나한테 제안을 줬을 때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그 이야기를 하게 됐구나 싶었다. 영화의 90%가 만수를 따라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내 종합선물세트 연기라고도 표현해 주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영화다. 만수의 모든 희노애락을 따라가는 영화다. 어쩔 수 없이 나의 모든 감정이 나올 수밖에 없고 내 감정과 표정들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칭찬을 해주는 것 같다"며 "거의 모든 배우가 박찬욱 감독과 작업하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평소에 친하지만 존경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이런 감독과 17년 전 잠깐 꺼냈던 이야기를 나와 함께 작업하게 됐다는 게 감회가 새롭더라. 나의 연기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너무 좋아할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이어 절친한 박찬욱 감독과의 티키타카도 털어놨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은 내 개그에 매번 재미있어 하면서도 말로는 '매번 웃어주기 힘들다'라고 반응하다. 나도 받아쳐 '나와 유머 결이 다르다'고 놀리는 사이다. 박찬욱 감독이 생각했을 때 나는 실없는 농담도 많이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부분이 만수 캐릭터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 실없이 농담하고 웃기려고 하는 부분이 실제로 많이 있고 만수처럼 겁 많고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도 많이 닮아 있다"며 "웃긴 일화가 있는데, 영화 속 장면에 내가 범모(이성민)를 몰래 지켜보면서 '아, 안돼!'라고 탄식하는 장면이 있다. 그 대사를 보자마자 내 유명한 밈인 드라마 '아이리스'의 '아 안돼' 장면이 생각났다. 리허설을 하는데 '아, 안돼' 대사를 치니까 실제로 모든 스태프가 웃었고 박찬욱 감독만 안 웃더라. 다들 '아이리스' 장면이 떠올라 이야기를 했는데 박찬욱 감독만 '나는 못 봤다'라며 모르는 눈치였다. 우려를 표했는데 박찬욱 감독은 '그 장면이 안되는데 상황인데 뭐라고 말을 하냐'고 말하더라. 나는 바꿀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박찬욱 감독 말처럼 상황적으로 만수가 '안돼' 반응이 제일 먼저 튀어나올 것 같았고 대신 애드리브를 더하려고 했다. 그리고 보통 나를 비롯해 다들 박찬욱 감독에게 '아이리스' 밈을 그 정도로 이야기 했으면 했으면 한 번쯤 찾아 볼만 한데 끝까지 안 찾아보더라. 결국 촬영 때 내내 안 보다가 베니스영화제 가장 마지막날 보게 됐다. 그날 박찬욱 감독 부부랑 우리 부부, 제작사인 백지선 대표와 커피숍에 갔다가 '아, 안돼' 이야기가 나왔고 백 대표가 영상을 틀어 보여줬다. 그 밈을 처음 본 박찬욱 감독이 빵터졌다. 20년 넘게 안 박찬욱 감독이 내 밈을 보고 그렇게 좋아하는 걸 처음 봤다. 10분간 웃더라"고 밝혀 장내를 웃게 만들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이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했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늘(2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