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중국 슈퍼리그 청두 룽청이 서정원 감독과 재계약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베이징청년보는 24일(한국시각) '청두 구단은 서 감독과 활발히 소통 중이며, 계약을 갱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2020년 청두와 계약한 서 감독의 계약 기간은 올해까지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시 연장 옵션이 발동되는 조건이다.
서 감독 부임 이래 청두는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2018년 창단해 갑급리그(2부)를 전전했던 청두는 서 감독 부임 2년 만에 슈퍼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승격 첫 시즌이었던 2022년 리그 5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23년 4위, 지난해 3위 및 창단 최초 ACLE 진출의 성과를 이뤘다. 올 시즌에는 25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54, 골득실 +31로 상하이 하이강(승점 54, 골득실 +24)과 슈퍼리그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빛나는 성과에 도취된 것일까. 지난 시즌을 마친 뒤부터 청두 구단 안팎에서 '서정원 흔들기'가 시작됐다. 결국 참다 못한 서 감독이 청두의 전횡을 폭로했다.
서 감독은 지난 7월 슈퍼리그 원정 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구단이 코치진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의무 트레이너, 통역을 경질하고 나머지 코치 계약도 3월에 와서야 했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후반기 FA컵, 리그, ACLE 등 상당히 중요한 경기가 많은데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선수 이적, 임대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구단이 다 알아서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팀을 지휘할 수 있나"라며 "구단이 코치진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빨리 결정해줬으면 좋겠다. 바깥에서 비겁하게 음해만 하지 말고 만나서 정확하게 정리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팬들께 우승컵을 빠른 시일 내에 안겨드리고 싶었는데, 지금은 내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6개월 동안 참아왔다. 이 팀은 망가져 있고 썩어가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서 감독의 발언은 중국 내에서 큰 논란이 됐고, 청두 구단은 급히 성명을 내 '서 감독의 발언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현지 매체들은 서 감독의 연봉 문제를 거론하는 등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럼에도 서 감독은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면서 슈퍼리그 우승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베이징청년보는 '청두의 최근 행보는 긍정적인 팀 분위기에 기인한다'며 '서 감독의 발언으로 불편한 기류가 흘렀지만,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상황은 빠르게 해결됐다. 현재 청두 구단은 서 감독 및 코치진과 활발히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두는 서 감독과 계약 연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슈퍼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 이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달 만에 180도 바뀐 기류는 청두의 우승 경쟁과 무관치 않다. 1부 승격 이후 매년 최고 성적을 경신하면서 우승 경쟁까지 할 수 있도록 팀을 만든 서 감독의 팀내 위치는 절대적이다. 국내외 선수를 가리지 않고 서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고, 이는 성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청두 입장에선 이런 상황에서 서 감독과의 결별이 내리막길을 걷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위기로 인식할 수 있다. 재계약설은 결국 '분위기 다잡기'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
하지만 청두의 바람과 달리 칼자루는 서 감독이 쥐고 있다. 2부팀이었던 청두를 1부리그 우승 경쟁팀으로 만들면서 지도력은 확실히 검증됐다. 서 감독과 청두 간의 불편한 기류가 드러난 시점에도 이미 슈퍼리그 팀들 사이에서 차기 사령탑 제안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중국에서 이미 충분한 성공을 거둔 서 감독이 국내로 복귀해 K리그 팀을 맡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서 감독의 결단에 따라 청두와의 동행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