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성민(57)이 "박찬욱 감독의 출연 제안 받고 '헐' 싶더라"고 말했다.
스릴러 범죄 블랙 코미디 영화 '어쩔수가없다'(박찬욱 감독, 모호필름 제작)에서 재취업이 절실한 제지 업계 베테랑이자 만수(이병헌)의 잠재적 경쟁자 구범모를 연기한 이성민. 그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어쩔수가없다'의 출연 과정을 설명했다.
이성민은 첫날 33만명을 동원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린 소회에 대해 "이제 축제는 끝났다. 관객으로부터 성적표를 받게되는 시간이 온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쩔수가없다'를 본 뒤 만족감에 대해 "완성작을 보고 난 뒤 '나의 상상력은 부족하구나' 반성했다, '어쩔수가없다'를 보고 나니 이런 작품이었구나 싶었다. 시나리오를 볼 때는 일반적인 서사 구조라고 생각을 했다. 직업을 잃은 사람이 자신의 경쟁자를 죽이는 이야기 정도로 보여질 것이란 상상을 했는데 아니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껴지더라. 보통의 이야기는 관객이 주인공에 빠져서 집중해 간다면 이 작품은 뭐라고 꼬집을 수 없지만 불편하게 만들고 웃음으로 집중을 흐리게 만드는 작품이더라. 그러다가 그 안에 벌어진 일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정신 차리게 바라보게 하는 영화다. 웃고 낄낄거리다가도 내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인 것 같다. 독특한 전개 방식의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어쩔수가없다'를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이성민은 "일단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박찬욱 감독이었다. 언젠가 한 번 작업 해보고 싶은 감독이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헐, 드디어!'했다가 '어쩌지?' 싶더라. 처음에는 회사를 통해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첫 장에 '박찬욱 감독' 이름이 적혀 있더라. 이 작품을 받은 뒤 박찬욱 감독의 상상력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다. 박찬욱 감독이 구상하는 캐릭터가 있을텐데 그의 상상만큼 나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싶어 걱정됐다. 처음엔 내가 만수인가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안 하길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그 압박감을 어떻게 견디겠나"라며 웃었다.
이어 박찬욱 감독과 첫 호흡에 대해 "사실 다른 감독과 많이 다르다는 걸 못 느꼈다. 다만 촬영하면서 박찬욱 감독만의 특별함에 대해 느낀 것은 디렉션이 면도날 같더라. 그리고 그 면도날을 내가 어떻게 잘 피하지 싶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정말 섬세하고 날카롭더라. 가끔 박찬욱 감독이 주는 디렉팅이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훅 파고든다. 그걸 알려줄 때 감사하다. 대게 그런 디렉팅을 받았을 때 배우는 반갑고 고맙더라. 놓치는 분을 알려주는 것이니까 고맙지 않겠나. 박찬욱 감독 앞에서는 나의 약점을 드러내고 겁먹고 소극적으로 된다. 이 사람이 나의 연기를 실망하면 어쩌나 걱정하는 부분은 있었다"고 고백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이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출연했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