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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만난 그는 '투수 도태훈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에 활짝 웃으며 인터뷰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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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점차로 뒤지고 있던 9회초, NC 마운드에는 뜻밖의 인물이 섰다. 내야수 도태훈이었다. 부산고-동의대를 졸업하고 2016년 NC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 생애 첫 등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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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에 대해 이호준 NC 감독은 "사실 야수를 올리는 건 감독으로서 '거시기'한 일이다. 일단 대패하는 경기니까, 다신 안 하고 싶다"면서 한숨을 쉰 뒤 설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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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태훈은 달랐다. 더그아웃에 남은 투수도 없고, 타자도 없었다. 이호준 감독은 "하준영 임지민 둘이 남아있었는데, 내는 순간 둘 다 연투였다. 남아 있는 야수도 도태훈 한명 뿐이었다. 원래 대타로 쓰려고 남겨둔 거였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걸 좋아하는)데이비슨을 교체하지 않았다면 데이비슨을 올렸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강백호처럼 고교 시절까지 투수를 겸했던 선수들이 타고난 어깨를 바탕으로 강속구를 던지는 경우가 있지만, 대체로 120㎞ 정도의 느린 공을 던지며 이닝을 메우고 내려가기 마련.
하지만 도태훈은 이날 최고 133㎞ 직구에 120㎞대 포크볼을 섞어 던졌다. 롯데 한태양에게 홈런, 노진혁-한태양에게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1이닝 1실점 역투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직구가 너무 빨라서 얻어맞은 건 아닐까. 도태훈은 "야수가 나 하나 남은 상태라 '대타라도 한번 들어가려나' 하는데 갑자기 투수로 호출을 받았다. 생각도 못한 일이라 당황하긴 했다"고 답했다.
"(전천후 유틸리티니까)내야 어디서든 타석을 바라보는 시야는 익숙하다. 그런데 마운드는 또 다르더라. 그라운드 제일 높은 곳에 서있고, 모든 사람이 날 바라보고 있으니까…. 연차에 어울리지 않게 많이 긴장했다."
그런데 첫 타자 한태양에게 홈런을 허용했고, 안타 2개를 더 맞으니 오기가 생겼다. 도태훈은 "프로야구 타자인데, 자기 타석을 허투루 칠리가 있나. 나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쉽게 던지면 안되겠는데 싶었다. 그때부턴 완급조절을 하면서 던졌다. 그냥 '경기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었다"며 웃었다.
"지나고 보니 좀 아쉽다. 흔치 않은 기회니까. 데이비슨처럼 더 재미있게 즐기면서 던졌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홈런도 맞고, 삼진도 잡고 좋은 경험이었다."
도태훈의 데뷔 첫 삼진의 주인공은 롯데 최항이다. 그는 "팀 분위기가 안 좋아서 공 챙길 정신도 없었는데, 누가 라커룸으로 들고 오더라. '데뷔 첫 삼진' 이렇게 써서 왔던데. 영광으로 잘 간직하기로 했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