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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안 하면 안 돼요?' 멸망한 다저스 불펜, 커쇼가 살렸다…"아드레달린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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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확실히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아직도 은퇴를 결심한 게 믿기지 않는다. 레전드의 품격을 확인한 날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또 불펜 붕괴로 망가질 뻔한 LA 다저스가 클레이튼 커쇼의 구원 등판 덕분에 겨우 살았다.

다저스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연장 11회 5대4로 신승했다.

또 불펜이 말썽이었다.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이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쳐 불펜은 3이닝만 막으면 됐다. 그런데 7회부터 사사키 로키(1이닝)-알렉스 베시아(⅓이닝 3실점)-에드가르도 에르난데스(⅔이닝)-커쇼(1이닝)-잭 드라이어(⅔이닝)-블레이크 트레이넨(⅓이닝)-저스틴 로블레스키(1이닝)까지 7명을 투입하고 나서야 겨우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4-1로 앞선 8회말 등판한 베시아가 1사 후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1사 1, 2루 위기에서 애리조나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 코빈 캐롤에게 우익수 오른쪽 적시 2루타를 내줘 4-2로 쫓겼다. 다저스는 급히 에르난데스로 투수를 교체했지만, 추가 실점을 막지 못해 4-4가 됐다.

9회초 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해 끝내기 패배 위기에 몰린 다저스는 9회말 결국 커쇼를 마운드에 올렸다. 커쇼는 2019년 9월 3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경기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시즌 경기에 구원 등판했다.

커쇼는 지난 19일 은퇴를 선언하고, 20일 샌프란시스코와 홈경기에 마지막으로 선발 등판했다. 사실상 이 경기를 커쇼 커리어 마지막 정규시즌 등판으로 예상했는데, 구원 등판할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만큼 현재 다저스 불펜 상태가 최악이다.

커쇼는 깔끔하게 3타자를 처리하면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처음 2타자를 모두 내야 땅볼로 처리하고, 2사 후에 케텔 마르테에게 우중간 안타성 타구를 맞나 싶었는데 중견수 토미 에드먼이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면서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덕분에 다저스는 연장 11회초 에드먼의 결승타에 힘입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확정 매직넘버를 1로 줄일 수 있었다.

지구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반복되는 불펜 붕괴에 매일 찜찜한 다저스다. 후반기 다저스 블론세이브는 13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커쇼는 정규시즌 선발 등판은 마쳤지만, 평소 선발 등판에 앞서 불펜 투구를 하는 것처럼 팀의 중요한 경기에서 이닝 부담을 덜어주는 옵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커쇼는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우리 팀에는 현재 놀라운 선발투수 6명이 있다. 나도 수학을 할 줄 안다. 그래서 팀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어떻게든 돕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구원 등판한 것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불펜으로 등판하는 것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팀이 가장 필요한 순간 자기 몫을 해주는 이 레전드를 다저스는 어떻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 미국 언론은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도 커쇼를 불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커쇼는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해 올해까지 다저스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통산 454경기(선발 450경기), 222승96패, 2850이닝, 3045탈삼진,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다. 3차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 2023년 내셔널리그 MVP, 11차례 올스타 선정 등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명예의 전당 헌액은 기정사실이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