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아메리칸리그(AL) MVP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와 시애틀 매리너스가 같은 날 나란히 홈런 2개를 폭발시켰다. 저지는 시즌 50홈런 고지를 돌파했고, 롤리는 대망의 60홈런에 도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같은 날 시즌 50호 홈런과 60호 홈런이 동시에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적인 날이 아닐 수 없다.
저지는 25일(이하 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 2번 우익수로 출전해 홈런 두 방을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8대1 승리를 이끌었다.
저지는 0-1로 뒤진 2회말 2사 1,2루서 3점홈런을 날려 시즌 50홈런 고지에 올랐다. 우완 조나단 캐넌의 초구 96.6마일 몸쪽 싱커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 너머 불펜에 꽂았다. 발사각 29도, 타구속도 106.9마일, 비거리 392피트.
이어 저지는 7-1로 앞선 8회 5번째 타석에서 솔로홈런을 추가했다. 상대 좌완 캠 부저의 2구째 94.1마일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우중간 펜스를 넘겼다. 발사각 29도, 타구속도 105.3마일, 비거리 395피트였다.
올시즌 7호, 통산 46호 멀티 홈런 경기를 펼친 저지는 시즌 타율 0.328(527타수 173안타), 51홈런, 109타점, 133득점, 출루율 0.455, 장타율 0.682, OPS 1.136을 마크했다. 양 리그를 합쳐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1위이고, AL 홈런 2위, 득점 1위, 타점 공동 4위다.
롤리는 T모바일파크에서 벌어진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59, 60호 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막판 AL MVP 경쟁은 더욱 뜨거운 양상으로 몰고 갔다.
롤리는 1회말 우완 태너 고든의 93.1마일 한가운데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크게 넘어가는 솔로포로 연결했다. 타구속도 110.9마일에 비거리는 438피트에 달했다. 그리고 8-1로 크게 앞선 8회 2사후에도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우완 앙헬 치빌리의 초구 98.3마일 낮은 직구를 걷어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두 거포가 이날 작성한 홈런 기록들은 의미가 깊다.
우선 저지는 베이브 루스(1920~1921, 1927~1928년), 마크 맥과이어(1996~1999년), 새미 소사(1998~2001년)에 이어 역대 4번째로 50홈런 시즌을 4차례 작성한 선수가 됐다. 앞서 저지는 2017년(52개), 2022년(62개), 2024년(58개) 50홈런 이상을 쳤다.
또한 저지는 롤리, 필라델피아 카일 슈와버(56개),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53개)에 이어 올시즌 4번째로 50홈런을 달성해 '2025년 메이저리그'는 역대 3번째로 50홈런 타자 4명이 탄생했다. 1998년에 맥과이어(70개), 소사(66개), 켄 그리피 주니어(56개), 그렉 본(50개), 그리고 2001년에 배리 본즈(73개), 소사(64개), 루이스 곤잘레스(57개), 알렉스 로드리게스(52개) 등 각 4명이 시즌 50홈런 클럽에 가입했다.
특히 롤리는 루스, 로저 매리스, 맥과이어, 소사, 본즈, 저지에 이어 한 시즌 60홈런 터뜨린 역대 7번째 선수가 됐다. AL에서는 양키스 소속이 아닌 타자가 시즌 60홈런을 기록한 것은 롤리가 처음이다. 롤리는 양 리그를 합쳐 홈런 1위이고, AL에서 타점 1위다.
두 선수의 활약상을 비교해 보자. 누가 MVP가 돼야 할까. WAR은 롤리가 저지에 한참 뒤진다. AL에서 bWAR은 저지가 9.3으로 1위, 롤리가 72로 2위다. fWAR역시 저지(9.6)가 1위, 롤리(9.1)가 2위다.
단순히 홈런-타점-WAR 순위로 MVP를 따질 거라면 투표할 필요가 없다.
팀 성적을 보자. 시애틀은 이날 콜로라도를 9대2로 꺾고 AL 서부지구 1위를 확정지었다. 시애틀이 지구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롤리가 절대적인 공헌을 했음은 당연하다.
양키스는 이날 4연승을 달리며 90승68패를 마크, AL 동부지구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따라잡고 공동 1위가 됐다. 저지가 남은 4경기에서 맹타를 터뜨려 지구 우승을 이끈다면 롤리 못지 않은 공헌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두 선수의 MVP 경쟁은 막상막하라고 봐야 한다. 지난 23일 MLB.com이 실시한 전문가 모의 투표에서 40개의 1위표 중 저지가 21개, 롤리가 19개를 가져갔다.
FOX스포츠가 제공하는 MVP 배당률은 롤리가 -210, 저지가 +170이다. 롤리가 MVP가 될 것으로 보는 도박사들이 더 많다는 얘기다.
롤리에겐 결정타 하나가 남았다. 남은 3경기에서 3홈런을 보태면 저지가 2022년 세운 AL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이보다 더 빛나는 기록은 없다. 2개를 보태 타이를 이뤄도 마찬가지다. ESPN은 지난 11일 '롤리는 맨틀의 기록은 깨겠지만, 60홈런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다만 그의 기록들이 피니시 라인에서 저지의 독주를 견제하는데 충분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런데 60홈런에 도달했으니, MVP 가능성이 한껏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투표를 행사할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 표심은 시즌 막판 롤리에게 옮겨가는 분위기다.
롤리는 이날 팀의 지구 우승 축하 행사에서 "60홈런을 치다니 정말 미쳤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내 인생에서 60홈런을 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오늘 밤 내가 해냈다. 정말 멋진 순간"이라고 소감을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