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의 트래직넘버 1이 끝내 지워졌다. 지난해 챔피언의 가을야구 탈락만으로도 큰 충격인데, 역대 최초 불명예 기록을 달성할 위기가 아직 남아 있다.
KIA는 25일 5강 탈락 확정 트래직넘버가 소멸됐다. KIA는 이날 경기가 없었지만, 5위팀 KT 위즈가 인천에서 SSG 랜더스를 10대1로 꺾으면서 KIA의 5위 반등 경우의 수를 아예 지워버렸다.
전반기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 곽도규, 윤영철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도 오선우, 김호령, 고종욱, 김석환, 성영탁 등이 활력을 불어넣은 덕분에 45승3무40패 4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한때는 1위까지 위협할 정도로 돌풍이 대단했다.
문제는 후반기였다. 나성범, 김선빈, 이의리 등 주요 전력들이 부상을 털고 돌아오면서 더 힘껏 반등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18승1무31패 승률 0.367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시즌 성적 63승4무71패에 그쳐 8위까지 떨어졌다.
KIA로선 믿기지 않는 결과다. 지난해 통합 우승 전력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고, LG 트윈스로 FA 이적한 필승조 장현식의 빈자리는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로 조상우를 영입해 잘 채웠다. 무엇보다 지난해 MVP 김도영이 더 발전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어린 선수기에 기대감이 엄청났다.
KIA의 뜻대로 시즌이 전혀 풀리지 않았다. 가장 믿었던 김도영이 3차례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30경기 출전에 그쳤다. 후반기 추락의 가장 큰 이유는 불펜이었다. 전반기까지는 곽도규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정해영-조상우-전상현 3명으로 어떻게든 버텼고, 후반기부터는 성영탁까지 필승조로 추가하며 더 탄탄해지는 그림을 그렸으나 정해영과 조상우가 탈이 나면서 불펜 전체가 무너져 버렸다. KIA의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은 5.84에 그쳐 9위다.
KIA는 5강 탈락의 아픔도 잠시, KBO 역대 최초 불명예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래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8위 이하 성적을 낸 사례는 단 한번뿐이었다. 1995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OB 베어스(현 두산)가 1996년 최하위 8위로 추락한 게 유일하다.
8위 KIA가 만약 이대로 시즌을 마치면 1996년 OB에 이어 역대 2번째 불명예 기록을 쓴다. 9위로 추락하면 프로야구 역대 최초 불명예 기록을 작성한다.
9위 두산은 25일 한화 이글스를 7대0으로 완파하고 시즌 성적 59승6무75패를 기록했다. 두산이 남은 4경기를 모두 승리하면 63승6무75패 승률 0.457로 시즌을 마친다.
KIA는 남은 6경기를 모두 지면 63승4무77패 승률 0.450이 되면서 두산에 밀린다. KIA가 9위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1승만 더 하면 된다. 두산이 앞으로 1패만 더 해도 KIA가 9위로 추락할 가능성은 사라진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