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하나도 가볍게 던진적 없다." 혼신의 76구로 7이닝 무실점 11승 손주영. 빅게임 피처로 돌아오다[울산 인터뷰]

by

[울산=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난해 손주영을 스타로 만들어준 준플레이오프를 보는 듯했다. 잘던져야 하는 큰 경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빅게임 투수가 돌아왔다.

LG 트윈스 왼손 에이스 손주영이 LG에게 가장 승리가 필요할 때 승리를 만들어줬다.

손주영은 25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보이며 팀의 10대0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시즌 11승을 기록한 손주영은 평균자책점도 3.55에서 3.39로 낮췄다.

전날 충격적인 7타자 연속 4사구와 6연속 밀어내기 실점으로 8위 NC 다이노스에 5대10의 역전패를 당하며 2위 한화 이글스에 2.5게임차로 좁혀진 상황.

이날 롯데전은 꼭 승리를 해야했다. 게다가 전날 김영우 김진성 등 필승조까지 다 던졌기 때문에 26일부터 시작되는 대전 한화 3연전을 위해서는 이날은 되도록 필승조가 던지지 않아야 하는 상황. 즉 선발인 손주영이 많은 이닝을 던지고 타선이 터져 많은 점수차로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손주영이 팀이 원하는 조건을 정확하게 맞췄다.

손주영은 1회말부터 자신이 에이스임을 알리는 듯했다. 1,2,3번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말엔 전준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안타없이 무실점. 3회말엔 선두 손성빈의 내야 땅볼 때 1루수 오스틴이 1루 커버를 온 손주영에게 던진 게 악송구가 돼 손성빈이 맞았는데 아웃이 됐다. 알고보니 손성빈이 송구를 피하려다 1루를 밟지 못한 것. 공을 잡은 손주영이 마침 1루로 오는 손성빈을 태그했는데 1루심이 아웃을 선언했고, 비디오판독을 한 결과 아웃이 그대로 확인됐다.

4회말엔 선두 박찬형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이후 3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처리했고, 5회초 6점을 뽑은 뒤 5회말도 삼자범퇴로 끝내 안정감을 유지했다. 6회말에도 1사후 한태양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후속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고, 7회말을 삼자범퇴로 잡고 끝내 무실점으로 마무리.

7회까지 투구수가 76개에 그쳐 8회는 물론, 완투도 도전할 수 있었지만 10-0으로 크게 앞서자 다음을 위해 8회말 손주영을 교체. 이날 한화가 두산에 패하며 LG는 매직넘버를 3으로 줄였고, 한화와의 게임차도 3.5로 늘리며 정규리그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밟게 됐다. 이 모든게 손주영의 호투에서 시작된 것.

경기후 만난 손주영은 울산에서의 승리에 기뻐했다. 자신이 울산 출신이기 때문. 손주영은 "바로 이 경기장에서 꼭 한번 던지고 싶었다. 예전에 잔디가 없어 흙바닥이었던 초등학교 때부터 여기서 야구를 했었다"면서 고향 야구장에서 호투한 감격을 말했다.

전날 울산으로 넘어와 집에서 자면서 집밥을 먹고 힘을 냈다. "어머니가 해주신 한우를 먹었다"며 활짝 웃은 손주영은 "오랜만에 부모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라고 가족과 시간을 보낸 것이 호투의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전날 안타까운 7연속 4사구를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악물고 던졌다. 손주영은 "하나도 가볍게 던진 적이 없었다. 오늘 내가 볼질을 하거나 이상한 모습을 보이면 안좋은 분위기가 대전까지 갈 수도 있어서 책임감이 컸다"며 "필승조 투수들을 쉬게 해줘서 내일부터 대전 3연전을 전력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내가 도움을 준것 같아서 좀 뜻깊은 것 같다"라며 뿌듯한 표정을 짓기도.

필승조를 쉬게 해주기 위해 길게 던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올랐다. 손주영은 "오늘은 전력분석 때 박동원 선배님이 자신의 사인대로 해보자고 하셔서 선배님을 믿고 사인대로 던졌다"면서 "초반엔 힘이 좀 들어가서 그런지 반대 투구가 좀 있었지만 운이 따라줘서 삼진을 잡기도 했다. 4회부터는 잘 들어가면서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7회까지 76개만 던졌으니 완투, 완봉에 대한 욕심이 있었을 터. 손주영은 "8회에도 나갈 예정이었는데 코치님이 갑자기 완봉 하고 싶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하고 싶다고 했더니 게임에서 하라고 하시면서 그만 던져라고 하셨다"면서 "혹시나 대전에서 결정이 안나면 30일 두산전에 선발로 나갈 준비를 해야한다고 하셔서 나도 바로 수긍했다"라고 말했다.

손주영은 "올해 11승을 거뒀고, 규정이닝을 넘겨 150이닝이상 던졌다. 이상하게 내가 던질 때 비가 자주 와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지만 트레이닝 파트에서 너무 잘 관리를 해주셔서 이렇게 시즌을 잘 올 수 있었다. 지금 팔 상태가 제일 좋다"면서 트레이닝 파트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울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