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댄 모든 것·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인간 제국 쇠망사 = 헨리 지 지음. 조은영 옮김.
지난 1만년 사이, 인간은 고도의 문명을 발전시켰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며 자본을 쌓고, 생산성을 늘렸다. 먹고 살기 풍족해진 인류는 자손을 많이 낳아 비약적으로 인구가 늘었다.
그러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구는 줄어드는 추세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빈번해진 천재지변과 점점 메말라가는 자원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전성기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받은 고생물학자인 저자는 정점에 오른 생물은 멸종을 피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어류시대였던 데본기는 석탄기가 되자 양서류 시대에 자리를 내줬고, 공룡은 파충류시대에 정점을 찍었으며 그 뒤로 찾아온 포유류 시대는 우리 인간에 이르러 극치에 도달했다.
인간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겪어온 운명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자연에 이처럼 총체적인 위험을 가한 종(種)은 없다는 점에서 "대자연이 휘두르는 멸종의 낫질"은 더욱 빨라질 수 있고, 인류가 이를 피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까치. 320쪽.
▲ 리와일딩 선언 = 김산하 지음.
흔히 '재야생화'로 번역되는 리와일딩(rewilding)은 야생이 제대로 돌아와야 자연도 회복된다는 자연 보전 패러다임이다.
나온 지 30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역사에도 리와일딩은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옐로스톤 공원의 늑대와 엘크, 싱가포르의 수달, 아르헨티나 이베라 습지와 영국 넵 캐슬 농장의 변신 등 세계 각지에서 리와일딩 성공 사례가 줄을 이으면서다.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는 저자가 리와일딩에 관해 소개한다. 리와일딩의 의미와 의의, 역사와 최신 연구, 해외 사례와 우리나라의 현장을 압축해서 들려준다.
사이언스북스. 256쪽.
▲ 우리가 기댄 모든 것 = 마쓰모토 도시히코·요코미치 마코토 지음. 송태욱 옮김.
술을 끊지 못하는 문학 연구자와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가 의존증(중독)을 주제로 주고받은 편지를 묶었다.
두 저자는 부끄러울 수 있는 본인들의 과거사, 트라우마까지 솔직하게 드러내며 의존증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들은 중독의 본질을 '쾌락 추구'가 아닌 '고통 경감'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아울러 중독 자체를 근절하기보다는 그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이는 '위해성 감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회복을 위해서는 '나 혼자가 아님'을 알고 사람들과 연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영사. 304쪽.
▲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 = 박원순 지음.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 실장이자 국내외 유수의 정원에서 가드너로 활동해온 저자가 국내 일간지에 쓴 내용을 정리해 에세이 한 편으로 펴냈다.
저자는 도심 속 자투리 정원부터 수목원과 식물원, 국내외 정원 박람회까지 다양한 문화적 공간으로 진화해가는 정원의 현재를 살펴보고, 환경오염과 기후 이변, 인간성의 상실 등 위기에 처한 우리에게 필요한 치유와 지속가능성의 지혜를 정원에서 찾아본다.
은행나무. 284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