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사사키 로키(LA 다저스)가 올 시즌에 마운드로 돌아올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지난 6월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사사키의 시즌 아웃 가능성을 보도했다. 단순 추측이 아니었다. 사사키는 지난 5월 오른쪽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고, 한 달이 흐른 시점에 캐치볼을 시도하다가 통증 탓에 중단할 정도로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다저스 구단과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반응을 종합해 시즌 아웃을 예상했던 것이다.
3개월이 흐른 지금. 사사키는 '일본 괴물 투수'의 귀환을 알렸다.
사사키는 2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경기에 5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1이닝 1안타 무4사구 2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다저스의 3대2 승리에 기여한 투구였다.
투구 내용이 설명하듯 구위가 완전히 돌아왔다. 사사키는 공 12개를 던졌는데, 직구와 스플리터를 반씩 선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00.1마일(약 161㎞)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이 99.1마일(약 159.4㎞)까지 나왔다. 12구 가운데 11구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공격적이고 위력적이었다.
사사키가 7회말 2사 2루에서 시애틀 강타자 칼 롤리를 상대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롤리는 올해 홈런 60개를 터트릴 정도로 역대급 시즌을 보내며 아메리칸리그 MVP 1순위로 언급되고 있다. 사사키는 3구 연속 스플리터를 던져 롤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과감한 투구를 펼쳤다. 앞선 타자들에게 100마일짜리 강속구를 던지는 것을 지켜본 롤리는 3연속 스플리터 승부에 깜빡 속을 수밖에 없었다.
로버츠 감독은 사사키와 롤리의 승부를 지켜본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4월에는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상평을 남겼다. 그만큼 사사키의 구위가 좋아졌다는 뜻이었다.
사사키는 부상 복귀전이었던 지난 2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 경기에서도 빼어난 구위로 눈길을 끌었다. 1이닝 무안타 무4사구 2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면서 단숨에 다저스 포스트시즌 불펜 옵션으로 급부상했다.
복귀전 직구 최고 구속은 99.8마일(약 160.6㎞)이었다.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던 투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일본프로야구(NPB)를 씹어먹었던 시절의 구속을 거의 다 회복해 관심이 집중됐는데, 2번째 등판에서 최고 시속 100마일을 넘기면서 더는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MLB.com은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하기 전에 포스트시즌 불펜에 들어갈 투수를 찾을 수 있을까 물음표가 있었다. 이제 다저스는 지구 우승 타이틀을 차지했고, 3번 시드를 확보했다. 와일드카드시리즈를 시작하기 전에 불펜에 누구를 넣을지 확인하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주에 낯선 임무(불펜)를 맡은 사사키는 비시즌 다저스가 계약했던 그 역동적인 투수로 돌아온 것 같았다'고 했다.
브랜든 고메스 다저스 단장은 "이제야 우리가 과거에 알던 사사키로 돌아와서 기쁘다. 투구 뒤에 상태도 좋아 보이고, 지금 사사키가 계속 구원 등판하면서 준비 루틴을 이해하고 불펜으로 나오는 상황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다저스 베테랑 내야수 미겔 로하스는 "시속 100마일이 넘는 직구와 스플리터를 던지고, 공의 움직임과 스트라이크존을 공격하는 투구가 좋아 보인다. 사사키는 마운드에 등판하는 상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마운드에 있고 싶어 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사사키를 포스트시즌 불펜으로 투입하는 것과 관련해 이른 확답은 피했다.
로버츠 감독은 "지켜보겠다. 우리는 지금 몇 가지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힘든 결정은 무엇인지 로버츠 감독의 속을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사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무려 메이저리그 20개 구단이 사사키 영입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하면서 투수 최대어로 꼽혔다. 최고 구속 165㎞에 이르는 강속구에 마구로 묘사되는 스플리터까지 갖춘 괴물 투수로 평가받았다.
사사키는 고심 끝에 다저스와 신인 계약금 650만 달러(약 91억원) 조건에 사인하며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사사키는 만 나이 25세 이하로 미일 프로야구 협정에 따라 일반 FA가 아닌 국제 아마추어 선수로 분류된다. 구단마다 국제 유망주 계약금 한도가 있어 대형 계약은 애초에 어려웠다.
사사키는 지난해 우승팀인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우승 반지를 꿈꿨다. 비록 시즌 초반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4개월여 만에 어깨 부상을 털고 돌아와 160㎞ 강속구를 뿌리면서 포스트시즌 로스터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