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한국 코미디의 큰 별'이 많은 이의 눈물 속에서 떠났다.
'개그계의 대부'이자 한국 코미디의 선구자로 불렸던 고(故) 전유성(76)이 28일 영면에 들었다. 지난 25일 전북대학교병원에서 별세한 지 사흘 만이다.
이날 오전 6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영결식에는 유족과 함께 수많은 후배 코미디언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사회는 개그맨 이수근이 맡았고, 기도는 개그맨 겸 목사 표인봉이 올렸다. 팽현숙, 이영자, 박준형, 정종철, 조세호 등이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후배 코미디언 최양락은 추모사에서 "이 땅에 '개그맨'이라는 호칭을 처음 만들고, '개그콘서트'를 만든 분"이라며 "대한민국 최초로 코미디학과를 세우고 소극장을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도 몸소 나선 인정 많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또 다른 추도사에 나선 이홍렬은 "무대 위에서는 혁신가, 무대 뒤에서는 스승이었다. 웃음이 한 사회의 공기임을 증명하신 분"이라며 "남겨주신 웃음과 가르침은 후배들의 가슴과 무대 위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고별했다.
생전 그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김신영은 눈물 속에서 "나의 어른, 나의 교수님이었다"며 "병원에서 함께한 4일이 내 40년 인생 중 가장 진실된 시간이었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 즐거웠다'는 마지막 말씀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전했다.
장의위원장 김학래는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김정렬의 '숭구리당당'을 언급하며 "천국으로 가는 길, 즐겁게 가시라"며 무대를 청했다. 김정렬은 실제로 '숭구리당당' 퍼포먼스를 펼쳐,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도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이색적인 작별식을 만들었다.
오전 7시 발인 이후, 운구 행렬은 KBS '개그콘서트' 녹화장을 돌았다. 1999년 방송을 시작해 20년 넘게 이어진 한국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의 탄생을 주도했던 고인을 위한 노제가 마련된 것이다. 후배들은 "이곳이 바로 선배님이 만든 무대이자 우리의 삶의 터전이었다"며 큰 박수로 고인을 떠나보냈다.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난 전유성은 1969년 TBC 방송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청춘행진곡' 등 수많은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며 방송 코미디의 새 장을 열었다. 특히 '개그맨'이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해 대중문화 언어를 바꿨고, KBS2 '개그콘서트'를 창시하며 한국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또한 대학로 철가방 극장,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등을 통해 공연 무대를 확장했고,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김신영, 조세호 등 후배를 길러냈다. 창의적인 기획력으로 문화계 전반에 영향을 끼친 그는 '아이디어 뱅크'이자 '멘토'로 존경받았다.
25일 오후 9시,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최근 폐기흉 증세가 악화해 전북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
장례는 희극인장(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졌고,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던 빈소에는 심형래, 유재석, 강호동, 김용만, 남희석, 이경실, 지석진 등 동료와 후배들이 줄지어 조문했다. 배우 송승환, 가수 서수남과 박상철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함께 마지막 인사를 했다.
고인의 장지는 그가 생전 인연을 맺고 국숫집을 운영했던 전북 남원시 인월면이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