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 롯데 자이언츠가 또한번의 굴욕에 직면했다.
롯데는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2대7로 패배, 가을야구 탈락이 최종 확정됐다.
2017년 준플레이오프 진출 이후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다. 이제 10개 팀 중 매년 5팀이 진출하는 무대건만, 그 문턱이 롯데에겐 한없이 높아보이기만 한다.
예년의 '봄데'와는 달랐다. 여름까지 3위를 지켰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단지 버티는 기간이 길었을 뿐이다. 순위는 예년과 다름없이 7위(28일 기준)다.
팬심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폭염이 찾아오기 직전, 롯데가 LG 트윈스-한화 이글스와 함께 선두 경쟁을 벌이자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홈인 부산 사직구장이 가득 찼다. 4월 24일부터 6월 19일까지 무려 22경기 연속 매진 기록을 세웠다. 이마저도 오락가락하는 장맛비 때문에 예매 취소표가 속출, 추가 현장판매분이 쏟아졌음에도 758표가 부족해 기록이 끊겼다.
하지만 8월에 상상을 초월하는 대반전이 있었다. 터커 데이비슨이 10승째를 올리고 퇴출된 8월 6일까지 롯데의 성적은 58승3무45패(3위). 하지만 승리 직후 데이비슨의 방출이 발표되고, 이후 롯데는 8승25패3무(승률 0.242)라는 역대급 추락을 경험했다. 당연히 동기간대 10개 구단 중 압도적 꼴찌(9위 KIA 타이거즈 14승24패, 0.368)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의 주인공이라서 그렇다기엔 너무 가혹한 현실이다. 팬심도 짜게 식었다.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날씨가 돌아왔지만, 주말에도 좀처럼 매진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6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은 오승환의 은퇴투어, 원정 사인회에 시즌 마지막 홈경기가 더해진 결과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롯데 홈관중은 123만2840명을 기록, 창단 이래 최다 관중을 달성했다. 팬들의 가슴에 위안을 줄 수 있는 단 1경기, 와일드카드전이라도 올랐다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위치에너지가 발생하기 위해선 반드시 높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예년보다 높게 올라갔고, 오래 버텼기에 한걸음 진보했다고 하기엔 민망한 결과물이다.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2017년이다. 10개 구단 중 가장 오래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팀이다.
한때 롯데에겐 굴욕적인 '비밀번호'가 있었다. 8888577. 21세기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2001~2007년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할 당시의 순위다.
그리고 '구세주'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오면서 잠시나마 안정적인 가을야구 강팀으로 거듭나는 듯 했다. 후임 양승호 감독까지, 2008~2012년 5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이후 13시즌 중 2017년 한해를 제외하고 모두 실패했다. 21세기 이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팀이라는 악몽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한가지가 더해졌다.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롯데 구단 역사상 최장기간 신기록이다.
김태형 감독 한 명만으로 팀이 달라지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절히 체감한 한 해다. 롯데팬들은 또다시 가을 대신 '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