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피로가 누적된 듯하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달려왔다."
28일 막을 내린 코리아오픈에서 안세영(23·삼성생명)의 결승전 완패를 지켜본 대한배드민턴협회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 배드민턴대표팀은 국내에서 열리는 최상급 국제대회인 코리아오픈에서 금 2개, 은 1개, 동 1개로 마감했다. 20개 출전국 가운데 최고 종합 성적이지만 아쉬움이 깊게 남는 것은 안세영의 은메달 때문이다. 사실 세계 1위 안세영의 이번 대회 우승은 '떼논당상'으로 여겼다. 중국의 강력한 대항마 왕즈이(세계 2위), 한웨(세계 3위), 천위페이(세계 5위)가 모두 불참했다. 그 덕에 준결승까지는 다른 국제대회보다 부담이 덜했다. 직전에 열린 중국마스터스에서 3개 대회 만에 우승한데다, 압도적인 홈팬들의 응원도 등에 업은 상태였다. 더구나 결승 상대는 중국마스터스에서 준결승전 제물로 삼았던 야마구치 아카네(세계 4위·일본)였다. 올시즌 야마구치와의 맞대결에서 3전 전승을 달려오던 안세영이 패할 줄은 누구도 예상못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이전과 달리 초반부터 열세를 면치 못하며 0대2(18-21 13-21)로 완패했다. 협회 관계자는 "야마구치가 안세영에 대한 대비를 잘한 것도 있지만, 안세영의 경기력이 평소 같지 않았다. 올해 코리아오픈까지 11개 국제대회를 소화했고, 국내 일정까지 감안하면 체력적 한계에 막힐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야마구치가 초반부터 공격을 빠르게 전개하는 등 스피드를 올리는 것에 따라가기 힘들었다"면서 "부침이 심했던 한 해였다. 초반에는 아무리 좋았다고 해도, 후반에는 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저에겐 매우 부족한 한 해이고, 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라고 반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월 일본오픈까지만 해도 출전한 7개 대회에서 6회 우승으로 승승장구하던 안세영은 코리아오픈까지 4개 대회에서 세 차례나 우승에 실패했다. 다른 관계자는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이다. 거기에 주변에서 우승을 기정사실화하니 오죽했겠느냐"면서 "이제 재충전을 위해 좀 내려놓고 잠깐의 '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리아오픈은 '안세영 이슈'를 과제로 안겼지만 희망도 보여줬다. 남녀 복식 동반 금메달에 여자복식 동메달 추가로 전통적으로 복식 강국이었던 한국의 체면을 제대로 살린 것이다. 특히 안세영의 유명세에 가려서 그렇지 남자복식 서승재-김원호의 활약은 한국 복식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올 들어 재결합해 본격적인 투어 레이스에 뛰어든 둘은 7개월여 만에 세계 1위에 등극했고, 안세영(7회)보다 많은 8회 우승을 했다. 지난 8월 안세영이 3위로 분루를 삼켰던 세계선수권을 평정한 서승재-김원호는 '진정한 챔피언'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서승재는 진용과 짝을 이뤘던 태국마스터스(1월)까지 포함, 올해 개인 통산 9회 우승으로 한국 복식사를 새로 작성할 참이다. 김동문 배드민턴협회장이 '황금기'였던 2003년 달성한 16회가 역대 최다 기록이고 이후 이용대(2009년 11회), 안세영(2023년 11회)이 두 자릿수 우승을 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