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손흥민의 선택이 한 감독의 운명을 바꾼 것일까. 사우디아라비아 정상에 올랐지만, 기다림은 없었다.
사우디의 사우디가제트는 29일(한국시각) '알이티하드는 로랑 블랑과 결별했다. 이제 재건을 위해 다른 감독을 영입하고자 한다'고 보도했다.
알이티하드는 29일 공식 SNS를 통해 '블랑 감독과 코치진이 전원 계약을 해지했다. 그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알나스르전 패배의 여파였다. 알이티하드는 27일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사우디 프로 리그 4라운드 알 나스르전에서 0대2로 패배했다. 알이티하드는 이날 경기에서 전반 9분 만에 사디오 마네에게 실점하며 끌려갔다. 이후 전반 35분 호날두에게 추가 실점까지 허용하며 무너졌다.
충격적인 선택이다. 현역 시절 프랑스 대표팀의 전설적인 수비수로서 활약했던 로랑 블랑은 프랑스 대표팀과 파리 생제르맹(PSG), 알라이얀, 올랭피크 리옹 등을 거친 잔뼈가 굵은 감독이다. 그는 2024년 여름 알이티하드에 부임하며 사우디 무대에 도전했다. 블랑의 사우디 리그 첫 시즌은 좋은 성과로 가득했다. 알이티하드는 2024~2025시즌 알힐랄, 알나스르 등을 제치고 사우디 프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사우디 킹스컵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도 출전하고 있다.
시즌 개막 후 불과 4경기 만에 블랑은 팀을 떠나게 됐다. 호날두가 이끄는 알나스르전 패배와 더불어 ACLE에서도 알와흐다에 패하며 최근 아쉬웠던 흐름의 책임을 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블랑으로서는 경질과 함게 올 시즌 다소 아쉬운 공격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손흥민의 영입이 지난해 여름 성사됐다면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 손흥민은 지난 2023년 여름부터 꾸준히 사우디의 관심을 받았다. 그중 적극적이었던 구단이 바로 알이티하드였다. 미국 CBS스포츠 벤 제이콥스 기자는 지난해 여름 당시 손흥민의 제안에 대해 '손흥민이 사우디 리그 알이티하드로부터 4년 동안 매 시즌 3000만 유로(약 490억) 수준의 연봉이 포함된 계약을 제안받았다'라며 무려 총 연봉 1900억이 넘는 제안을 받았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사우디행을 선택하지 않았다. 2024~2025시즌까지 토트넘에 잔류해 유로파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웃었다. 올여름에도 사우디 대신 LA FC의 거듭된 설득 끝에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향했다. 알이티하드는 이번 여름까지 제대로된 공격진 보강을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블랑 감독은 경질당하게 됐다.
한편 알이티하드는 새 감독 후보까지도 이미 정해둔 상황이다. 사우디가제트는 '알 이티하드는 이미 두 명의 후보와 협상을 시작했으며, 국제 휴식 기간 동안 계약을 마무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후보는 바로 사비 에르난데스와 세르지우 콘세이상이다. 그중 사비는 과거 토트넘과 바르셀로나의 맞대결 당시 경기 후 손흥민을 끌어안는 등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표류하게 된 알이티하드가 어떤 감독을 선임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