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조금 많이 놀랐다. 1만7000명의 관중이 꽉 찬 야구장 한 가운데인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155㎞의 직구를 타자에게 뿌리는 신인 투수가 정작 같은 팀의 대 선배에겐 부끄러워서 궁금한 것을 묻지도 못한다니.
한화 이글스 2순위 신인 정우주가 29일 대전 LG 트윈스전서 선발등판해 깜짝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3⅓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내주고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올시즌 내내 불펜으로만 나오다보니 선발로 나와도 많은 이닝을 던질 수는 없었고, 53개로 10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정우주가 테이프를 잘 끊은 덕에 한화는 7명의 불펜 투수를 더 투입해 LG 타선을 묶고 타선이 터져 7대3의 승리를 거뒀다.
정우주는 이날 최고 155㎞의 직구를 35개 뿌렸고, 최고 141㎞까지 나온 슬라이더를 8개, 126㎞의 커브를 10개 뿌렸다. 정우주는 경기후 "초구 카운트를 잡으려고 많이 노력을 했고 커브가 잘 들어가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1회초 2사 1,2루의 위기 상황에서 5번 문성주에게 던진 초구 커브가 스트라이크가 되며 유리한 카운트에서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었고, 2회초엔 오지환과의 승부에서 1B2S에서 4구째 커브가 높은 스트라이크존에 꽂히며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커브가 카운트 잡는 용도로 요긴하게 쓰이면서 유리한 승부를 할 수 있었다.
커브가 많이 좋아진 이유를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이 충격적이었다.
정우주는 "류현진 선배가 커브 던지는 것을 많이 봤다"면서 "부끄러워서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는데 키움의 (정)현우가 현진 선배님을 찾아와서 커브를 물어봐서 그걸 현우에게 물어봤었다"라고 말했다. 항상 옆에 류현진이 있는데 류현진에게 직접 커브 던지는 것을 물어보지 못하고 키움에 있는 친구 정현우에게 류현진이 설명해준 커브 던지는 법을 물어봤다는 것.
류현진이 직접 설명을 해준 것이 아니라 정현우가 말해준 것인데 잘 이해가 됐냐고 묻자 정우주는 "현우가 잘 설명을 해줬다"라며 미소. 왜 직접 물어보지 않았냐고 묻자 "못물어본다. 너무 부끄러워서"라며 쑥스런 미소를 지었다.
2006년생인 정우주에겐 1987년생으로 19살이나 많은 류현진이 하늘과 같은 선배인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TV에서나 본 메이저리거. 선뜻 다가서지 못할 유명 스타다. 정우주가 언제 류현진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류현진의 피칭 비결을 물어볼 수 있을까. 아직 직구, 슬라이더, 커브 등 3개 구종을 던지는 정우주는 올시즌을 마친 뒤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싶다고 했는데 류현진의 주무기가 바로 체인지업이다.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