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하나은행 K리그1 2025' 조기 우승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선두 전북 현대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를 노리는 4위 포항은 '단일 시즌 전 구단 상대 승리' 기록을 두고 '미니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전북과 포항은 리그 31경기씩 치른 현재 11팀 중 10팀을 상대로 최소 1승씩 따냈다. 포항이 먼저 기회를 잡았다. 9월 27일에 열린 김천과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전북을 따돌리고 가장 먼저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이룰 뻔했다. 하지만 포항은 전반 수비수 이동희의 퇴장 악재 속 0대2로 패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상성의 덫'에 걸렸다. 포항은 올 시즌 김천전 3전 전패를 포함해 6연패 및 7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했다. '상스(상위 스플릿) 단골 손님'인 포항이 특정팀을 상대로 이토록 오랜 기간 승리하지 못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포항 내부에서도 "우리도 왜 김천에만 유독 약한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K리그에는 구단의 투자 규모, 스쿼드 무게, 감독의 경험,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 홈 이점 외에도 특정팀을 상대로 유독 강하거나, 유독 약한 면모를 보이는 '상성'이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2025시즌만 놓고 봐도 서울에 강한 제주는 광주에 약하고, 광주에 강한 강원은 안양에 약하다. 또, 안양에 강한 전북은 포항에 약하고, 포항은 김천에 약하다. 김천은 대전에 약하고, 대전은 전북에 약하다. 이런 식으로 '상성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서울을 상대로 3전 전승을 달린 제주가 광주에 3전 전패를 당하고, 수년간 울산 앞에서 작아졌던 서울이 올 시즌 상대전적 2승1무로 우위를 점하고, 울산이 역대급 부진 속 제주전만은 모두 승리하고, 강원이 광주만 만나면 신이 나서 3연승을 챙기고, 김천이 비슷한 순위권인 대전을 상대로 1승도 챙기지 못한 건 일반적인 '축구 상식'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상성'을 걷어차는 전북과 더불어 10위 수원FC는 소위 '상성을 타지 않는' 팀으로 꼽힌다. 힘겨운 잔류 싸움 중인 수원FC는 31라운드까지 11개팀 중 전북(2패) 서울(2무)을 제외한 9개팀을 상대로 최소 1승을 따냈다. 이렇게 편식을 하지 않는 식성은 스플릿라운드에서도 도깨비팀으로의 면모를 기대하게 만든다. 반대로 8위 안양은 다른 어느 팀보다 상성을 탄다. 강원(2승) 대구(2승1무) 수원FC(2승1패) 제주(2승1패)를 상대로 2승씩 거뒀지만, 광주(1무2패) 김천(2무1패) 전북(3패) 포항(3패)엔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상성은 남은 순위 싸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안양은 정규리그 남은 2경기에서 '만나면 좋은 친구' 강원(5일), '만나기 싫은 친구' 김천(18일)을 차례로 상대한다. 안정적인 잔류, 나아가 파이널 A그룹 진출을 위해선 만나기 싫은 친구에게도 승점을 따낼 수 있어야 한다. 11위 승강 플레이오프(PO)권에 처진 제주는 남은 2경기에서 전적상 부담스런 전북(2무) 대전(1무1패)을 상대한다. 반대로 전북은 무난한 제주(2무) 수원FC(2승)를 상대로 조기 우승을 노린다. 제주를 꺾으면 올 시즌 최초로 전 구단 상대 승리를 따낸다. '윗물'과 '아랫물'로 나뉘는 스플릿 라운드에서도 상성이 다른 어떤 요소보다 성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