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2025시즌을 시작할 때 모두가 우승 후보로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를 꼽았다. 그러나 2025년 10월 1일 결정된 정규리그 우승팀은 LG 트윈스였다.
LG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최종전서 3대7로 패했다. 끝내 최종전서 매직넘버 1을 스스로 지우지 못했다. 4일에 열릴 수도 있는 1위 결정전을 준비해야 하나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 LG의 경기가 끝나고 56분 뒤 LG가 우승팀이 됐다.
인천에서 SSG 랜더스가 한화 이글스에 9회말 4점을 뽑아 6대5로 역전승을 거둔 것. 자동으로 LG의 매직넘버가 소멸. 85승3무56패로 2위 한화 이글스(84승3무57패)를 제치고 2023년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2년 만에 징검다리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8~2019년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한 이후 매년 정규리그 우승팀이 바뀌었는데 LG가 2년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가장 빠르게 두번째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됐다. 올해로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한 LG는 최근 3년간 우승→3위→우승이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새로운 왕조 탄생을 알렸다.
LG 우승의 원동력은 강력한 선발과 폭발적인 타선에 있었다.
외국인 투수 요니 치리노스가 13승을 거뒀고, 국내 선발 임찬규와 손주영 송승기가 각각 11승씩을 올리며 선발 4명이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여기에 8월에 온 새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는 8경기서 6승을 올리며 LG의 후반기 상승세를 이끄는 새로운 에이스로 활약했다. LG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3.51으로 전체 1위였다.
안정된 선발이 경기를 이끄는 사이 타선이 적재적소에 터졌다. LG의 팀타율은 2할7푼8리로 전체 1위다. 2위인 삼성이 2할7푼1리이니 차이가 제법 크다. 경기당 5.49점으로 득점 역시 1위.
출루율이 0.362로 1위인데 장타율도 0.411로 2위에 올랐다. 팀홈런 130개로 잠실구장을 쓰면서도 전체 3위에 오르는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시즌 초반 개막 7연승 속 8할대 승률로 치고 나갈 땐 LG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할 줄 알았지만 위기도 있었다. 막강한 마운드 힘으로 치고 올라온 한화가 6월 중순 LG를 제치고 1위로 나섰다.
LG는 6월에 마무리 유영찬이 부상에서 돌아왔고, 우승멤버 이정용이 상무에서 오면서 불펜이 강해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다른 불펜 투수들이 부진했고, 믿었던 타선이 내리막길을 타면서 전체적인 팀 밸런스가 깨졌다.
갈수록 한화와의 격차가 벌어져 전반기가 끝났을 땐 4.5게임 차까지 멀어졌다.
하지만 LG는 후반기에 활활 타올랐다. 7월 22일부터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3연전서 기적 같은 3연승을 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6연승-1패-7연승을 내달리며 한화를 뒤쫓더니 결국 1위를 탈환했고, 한달만에 5.5게임 뒤져있던 2위에서 5.5게임 앞선 1위로 판도를 뒤집는 기적을 연출했다.
잔여경기 일정에 들어간 9월 한화가 막판 추격을 했으나 LG는 꾸준함 속에 1위를 유지하며 매직넘버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1경기를 남겨놓은 30일 한지붕 라이벌 두산과의 경기서 끝내 우승을 확정.
LG 염경엽 감독은 2023년 첫 우승에 이어 두번째 우승을 이루면서 이제는 확실한 '우승 사령탑'으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염 감독은 "선두를 잡은 이후 우리에게 온 기회라서 무조건 뺏기면 안된다고 강조해왔다"며 "레이스를 하다보면 기회는 항상 오는 게 아니다. 야구는 어렵다. 아무리 멤버가 좋아도 안될 때는 안된다. 변수도 많고 조금만 방심하면, 준비가 안돼 있으면 지켜낼 수 없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팀, 지켜내는 팀이 강팀"이라고 했다. 그 말을 LG 야구를 통해 구현하면서 트윈스가 강팀이라는 사실을 직접 보여줬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이제 1991년과 1994년, 2023년에 이어 4번째 한국시리즈에 도전한다. 역대 단일리그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우승팀의 우승 확률은 85.3%(34번 중 29번)에 달한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