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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더 세게'보다 '더 정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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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큐 들고 스리쿠션 길 재는 사람들, 드라이버 티샷하려 공 노려보는 사람들, 페널티킥 넣겠다고 골문 쳐다보는 사람들의 이른바 '힘 빼기' 말입니다. 머릿속으로야 늘 힘 빼고 큐를 끝까지 밀겠다 합니다. 정작 칠 땐 쭉 밀지 못하고 힘만 잔뜩 들여 밀다 맙니다. 박세리의 '천고마비'(천천히 고개를 들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조언을 새기면 무엇합니까. 적당하게만 휘두르리라는 생각은 이번에도 생각에 머물고 마네요. 골문 구석으로 낮게 차넣는 게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기 힘든 것은 열이면 열 낮은 기량 탓입니다. 어디다 핑계를 대겠습니까. 뻥 날아간 공중볼이 골문 밖으로 향하는 건 당연합니다. 연습 부족입니다. 매번 마음먹은 대로 척척 된다면야 직업 스포츠인으로 나서지 어찌 아마추어 취미 생활로만 운동을 하겠습니까. 힘 빼지 못했다고 오늘도 반성하지만 심하게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들 그렇게나 힘 빼라, 힘 빼라 할까요. '더 세게'보다 '더 정확하게'가 중요한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야구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복잡한 경기 규칙과 작전이 볼거리를 주는 야구는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의 보물 창고로도 기능합니다. 스타들의 명언이 자주 인용되는 것도 그런 배경과 맞닿아 있습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레전드 투수 그레그 매덕스는 말합니다. "아마 내가 원한다면 난 더 세게 던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안 합니다. 다른 선수들은 위기에 처하면 더 세게 던지려 하지만 전 그저 더 정확하게 던지려 합니다." 그가 4년 연속 사이영상을 받은 원동력은 '더 세게'보다 '더 정확하게'였습니다. MLB 출신의 또 다른 위대한 투수 샌디 쿠팩스도 거듭니다. 투수는 아웃카운트를 늘려야 승리하지, 삼진 많이 잡는다고 승리하진 않는다고요. 쿠팩스는 커브를 주 무기로 타자들을 농락하며 1960년대 리그를 호령했습니다. 물 건너 저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 야구의 대투수 최동원 선동열 류현진의 독보적 강점 역시 정확한 제구입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더 세게'보다 '더 정확하게']만큼 지금 여야 정치권에 쓸모 있는 경구(警句)도 없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김종건, 『야구가 10배 더 재미있어지는 55가지 이야기』, 원앤원스타일, 2014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유통사 교보문고)
2. 표준국어대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