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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이션, 도박수 아닌 승부수? 가을 냄새 맡은 서울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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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FC서울에게 로테이션은 도박수가 아닌 진정한 승부수였을까.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서울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6일부터 K리그1과 2025~2026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병행이 시작될 때만 해도 부담 속에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K리그1과 ACLE에서 각각 2경기씩을 치러 무패(2승2무)의 결과를 거두면서 세간의 우려를 빠르게 불식시키고 있다.

서울 김기동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로테이션이었다. 주전-백업 구분 없이 컨디션에 따라 스쿼드를 구성, K리그1과 ACLE에서의 해법을 찾고자 했다. K리그1에서 광주FC, 강원FC와 살 떨리는 스플릿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2020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밟은 아시아 무대 역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꺼내들 수밖에 없는 전략이었다. 다만 K리그1 상위권과 비교했을 때 스쿼드 면에서 탄탄함과는 거리가 있었고, 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1골이 넘는 수비라인 문제 역시 로테이션으로 쉽게 풀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서울은 제법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로테이션 시작이었던 지난 16일 마치다 젤비아(일본)와의 원정 승부에서 1대1로 비겼으나, 내용 면에서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어진 21일 광주FC전에서 3대0으로 쾌승을 거뒀고, 27일 전북 현대전에서도 1대1 무승부에 그쳤으나 사실상 이긴 경기나 다름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승부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30일 부리람전에서는 전반 막판에 접어드는 시점까지 답답한 전개를 드러내며 로테이션의 한계에 봉착하는 듯 했지만, 득점 이후 빠르게 스피드를 올리며 추가골-쐐기골까지 만드는 등 경기를 지배하면서 완승을 거뒀다. 부리람은 그동안 K리그 팀들을 상대로 유독 까다로운 경기력을 선보였고, 지난 시즌에는 태국에서 리그-FA컵-리그컵까지 트레블(3관왕)을 일구며 ACLE 8강까지 진출한 바 있다. 서울전에는 외국인 선수를 9명이나 선발로 기용하면서 기존 동남아팀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서울에겐 여러 모로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는 승리였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4경기 중 두 번이나 무실점 경기를 했고, 다득점도 만들어지고 있다. 스플릿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 K리그와 ACLE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함에도 높은 집중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건 서울에게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부리람전 승리 후 "사실 전반전 내용이 마음에 들진 않았다. 운이 따라준 면이 있었다"면서도 "리그, ACLE 로테이션을 통해 선수들에 동기부여와 경쟁이 이뤄지는 것 같다. 좀 더 잘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실제 김 감독은 부리람전에서 벤치에 앉혔던 김진수, 둑스 등 주전 선수들을 후반에 활용하며 마냥 휴식보다는 최적의 컨디션과 경기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도박수처럼 보였던 로테이션은 서울에게 회심의 승부수가 되고 있다. 앞으로 서울이 보여줄 행보는 관심을 끌기 충분해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