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니 연락 두절인 것 같은데요? 핸드폰을 잃어버리셨나?"
마지막까지 농담으로 유쾌하게 웃었지만, 구단에서 준비한 깜짝 영상에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이 미국행을 준비한다. 키움은 9월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2025시즌 144경기 일정을 모두 마쳤다. 3년 연속 꼴찌라는 성적표에 최종전까지 패배하면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끝났지만, 내년 시즌에 대한 희망은 키웠다.
특히 주장 송성문의 내년 거취가 궁금해진다. 키움 구단이 지난 8월 5일 송성문과의 6년 120억원 비FA 다년 계약 체결을 발표했지만, 올 시즌 종료 후 해외 포스팅에 도전한다면 승인해주겠다는 뜻을 줄곧 밝혀왔다. 그리고 송성문 또한 미국 에이전트를 선임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본격적인 의사를 밝혔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조심스러웠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면서 일단 도전해보겠다는 입장.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송성문은 미국 에이전트와 소통을 자주 하고 있냐는 질문에 "연락 두절이다. 핸드폰을 잃어버리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며 "제가 에이전트 선임은 했지만, 연락 자주 한다고 해서 미국 진출이 더 가까워지는 건 아니다. 지금은 제가 야구장에서 플레이로 보여주고, 올 시즌을 잘 마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연락도 먼저 안하고 하루살이 처럼 열심히 살고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 역시 내년 시즌에 대한 거취는 아직 '반반'이라고 보고 있다. 좋은 대우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제 송성문에게 관심을 보였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어느 수준의 오퍼를 할지, 또 어느 구단과 실제 최종 계약에 이를 수 있을지는 송성문 본인조차도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타력과 주력, 수비력까지 갖추며 최근2년 사이 완벽한 5툴 플레이어로 성장한 송성문은 현재 리그 최고 타자 중 한명이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구단들 역시 그를 체크해왔다. 다만, 올해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만약 메이저리그에 가지 않을 경우 키움이 6년 120억원의 장기 계약을 내민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마음 편히 야구를 할 수도 있다.
송성문은 "아직 불확실하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도 있는데, 아직 안 믿긴다"면서 내년 거취에 대해서는 "저도 뭐라 말씀드리기가 지금은 난감하다. 저도 제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겠다. 오히려 역질문을 하게 된다. 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고 싶을 정도"라며 난감해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 간다고 가정하고 이야기하면 되지 않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러다 못가면 또 흑역사가 하나 생성된다. 나름의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다면 그래도 되는데, 제 개인적인 견해에서는 좀 건방진 것 같다"고 웃으면서 "어찌됐든 후회는 없다. 내년에 미국에 가든, 한국에 있든 아직 불확실한 미래지만 어디에서든 야구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들을 채워 나가기 위해 비시즌에도 열심히 노력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키움 구단은 홈 최종전을 마친 후, 선수단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와있는 상황에서 준비한 '깜짝 영상'을 전광판을 통해 송출했다. 송성문의 그동안의 활약상을 달에 비유해 영상을 제작하고, '그곳이 어디든 가슴 벅차게 떠오를 달을 응원해'라는 마지막 문구를 남겼다. 안우진 등 일부 선수들도 영상을 보며 눈물을 훔쳤고, 영상 이후 장내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송성문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근 KBO 출신 내야수들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평가, 그리고 송성문의 타격 완성도를 감안했을 때 메이저리그 오퍼는 무조건 받을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관건은 계약 규모다. 어느 정도의 수준에 선수와 키움 구단 모두 납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송성문은 짧은 휴식 후 국내에서 훈련을 하면서 미국진출에 대한 시장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