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감독님 얼굴 살이 너무 많이 빠지신 것 같아요."
상무 피닉스 한동희는 원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의 충격적인 가을야구 탈락을 먼발치서 지켜봤다.
롯데는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3위를 달리며 가을야구 진출 확률 93%를 확보하고 있었는데, 한 달 사이 급추락하면서 다까먹은 채 66승6무72패로 7위에 그쳐 가을야구 탈락을 또 한번 확인해야 했다.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지난달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홈 최종전을 10대9 승리로 마친 뒤 마이크를 들었다.
김 감독은 "많이 아쉬우실 텐데, 우리 선수들도 열심히 했는데, 마지막에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팬들께 실망을 시켜드렸다. 내년까지 한번 믿어달라. 내년에는 정말, 우린 운동장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결과를 내겠다.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힘줘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한동희는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 2군과 퓨처스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앞서 "감독님 얼굴 살이 엄청 많이 빠지신 것 같더라"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한동희는 오는 12월 전역한다. 다음 시즌부터는 롯데의 주전 3루수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자신감은 충분히 쌓았다. 한동희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 100경기에서 타율 0.400(385타수 154안타), 출루율 0.480, 장타율 0.675, 27홈런, 115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한동희는 상무가 속한 남부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을 거머쥐었다. 타율 부문에서만 상무 류현인(0.412)에 밀려 2위로 마쳤다.한동희는 "겨울 동안 (방망이를) 진짜 많이 쳤다. 준비를 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고, 일단 안 다치고 풀타임을 뛰었기에 성적이 따라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상무에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한동희는 "그냥 상무에 와서 운동 많이 하면서 성적 스트레스를 안 받았다. 그냥 '무조건 한 경기도 빠지지 말고 뛰고 나가자(전역하자)'가 목표였다. 그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고 했다.
롯데 팬들은 상무에서 퓨처스리그를 폭격하고 돌아올 한동희를 향한 기대감이 크다. 한동희와 손호영 간 치열한 3루수 쟁탈전 예상된다. 한동희는 분명 내년 롯데 타선을 훨씬 묵직하게 만들 플러스 요소다.
기대에 걸맞게 상무에서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고 자부했다.
한동희는 "여기는 아침 6시 반에 일어나며 그냥 운동이 시작된다. 진짜 많이 했다. 겨울에도 주말에는 원래 쉬는데, 올해는 (박)찬혁이랑 맨날 실내 연습장에 가서 쳤다"며 "올해 눈을 정말 많이 봤다. 밖에서는 살면서 2번 밖에 못 봤는데, 스무번 넘게 본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진짜 좋다. 상무 시스템이 있다는 게 도움이 많이 됐다"며 군 복무 기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은 만큼 롯데 유니폼을 다시 입고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2018년 1차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한동희는 1군 통산 661경기, 타율 0.262(2093타수 548안타), 59홈런, 270타점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운 기록을 남긴채 입대했다. 전역 후 '이대호 후계자'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당당한 모습의 거포로 돌아올지 기대가 크다.
고척=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