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제도' 연구 박사학위 오용규 변호사…사실심 강화 기본으로 상고제한 도입 강조
"국민에 큰 영향 주는 사법개혁, 원포인트로 안돼…단편적 개편 아닌 큰 그림 그려야"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을 둘러싸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상소제도를 짚어보고 국내 상고제도 개선 방향을 조망하는 책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장판사 출신 오용규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법무법인 동인)가 쓴 '상고제도론 - 세계 각국의 상소제도 및 한국 상고제도 개혁방안'이 법문사에서 출간됐다.
상고법원을 추진한 양승태 대법원 시절 여러 문제가 불거진 2017년 중국 정법대학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던 오 변호사는 그간 이뤄진 법원 내부 자료와 공청회, 연구논문 등을 토대로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의 상고제도를 연구분석한 내용과 한국 상고제도의 역사 및 개정 논의를 더해 논문 주제로 삼았다.
이번 책은 2018년 박사 논문 작성 이후 제도 개편 내용과 새로운 방향성을 토대로 상당 부분을 더하거나 덜고 수정해 출간됐다.
영미법계 국가인 미국, 영국과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 프랑스,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사법제도, 상소제도를 비교하고 한국의 심급·상소제도 및 그 변천, 민사소송 상소제도 및 적용 중의 문제, 그간 이뤄진 국내 상소제도 개선 논의와 평가, 실현 가능한 상소심 개혁방안 등을 다뤘다.
오 변호사는 머리말을 대신한 감사말씀에서 "상고제도 개혁은 눈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포인트 법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고제도도 사법제도의 한 부분이고, 사법제도는 이를 구성하는 여러 제도가 하나의 큰 유기체처럼 엮여 있다. 이러한 이해를 기본으로 상고제도 개혁이 다른 사법제도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 나라의 사법제도, 특히 상고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법원의 위상, 역할, 책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결국 국민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단편적 개편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 상고제도, 재판제도 개혁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이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면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법연수원 지도교수였던 이인복 전 대법관은 추천사에서 "저자는 사실심의 충실한 강화가 가장 기본이 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법제도에 맞는 상고제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즉, 1심과 2심에서 충실한 심리가 이뤄질 때 비로소 상고심인 대법원이 본연의 법률심 기능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이러한 입장은 단순히 대법원의 업무 부담 경감이 아니라, 사법제도 전체의 신뢰와 효율성, 국민의 권리 보장이라는 큰 틀의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과거 많은 논의가 이뤄진 상고제도와 관련해 최근에는 전혀 논의가 없다가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우려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 상고심 개편을 중심으로 한 사법 개혁에 대해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이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과거 몇십 년 동안 어떻게 논의가 이뤄졌는지를 토대로 심도 있게 전체적인 사법 시스템의 차원에서 얘기할 문제"라고 제언했다.
서울대 사법학과를 나온 오 변호사는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군법무관을 마치고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해 사법연수원 기획교수, 서울고법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창원지법 부장판사로 일했고, 법원행정처 통일사법연구위원회 위원, 법무부 법무자문위원회 남북법령연구 특별분과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현재 법제처 남북법제연구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인, 고려대·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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